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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빈 지자체들 ‘숨통’… 기부 쏠림 땐 재정 격차 ‘부채질’ [2023년 시행 '고향사랑기부제' 기대 반 우려 반]

입력 : 2022-03-15 01:00:00 수정 : 2022-03-14 22: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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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전국 지자체 재정자립도 48.7%
서울 78.9% 최고·경북 봉화 6.7% 최저
기부제로 재정 악화 악순환 완화 분석

본인 주소지 외 지역에 年 500만원 가능
기부금 세액공제 등 기부자에 혜택도
지자체선 기부 유도 위해 ‘답례품’ 준비

일각 “재정 열악한 지역부터 도움줘야”
지역감정 부추겨 과열 경쟁 등 우려도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광역·기초자치단체의 관심이 뜨겁다. 2023년 1월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의 주소지 외의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함께 지역 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받는 게 주된 내용이다. 만성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들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원 마련은 물론 지역 특산물 판매 촉진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반기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 기부금이 쏠리고 지자체 간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을 앞둔 지자체들의 준비 사항과 현장의 기대·우려 목소리를 짚어봤다.

 

◆고향사랑기부제 14년 만에 국회 문턱 넘어

 

14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고향사랑기부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과제였다. 2007년 대선 즈음 처음 공론화된 뒤 문 대통령의 2017년 대선 승리 이후 국정과제로 채택하면서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계류되다 폐기된 관련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안’으로 재발의돼 지난해 9월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도입 제안 14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소멸 위기에 따른 지방재정 악화라는 악순환을 일부 완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비수도권 각 지자체 재정자립도는 그야말로 바닥을 칠 정도로 열악하다.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지방재정365’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및 226개 시·군·구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020년 50.4%에서 지난해 48.7%로 떨어졌다. 특히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63곳으로 전체의 25.9%에 달했다. 지역별 편차도 크다. 서울시 재정 자립도는 78.9%로 가장 높은 반면 경북 봉화군은 6.7%로 가장 낮았다.

고향사랑기부제는 현재 거주하는 주소지 외의 지자체에 기부하는 제도다. 일본의 고향세와 유사하다. 고향사랑기부금법을 보면 기부 주체는 개인으로 국한돼 법인은 기부할 수 없다. 연간 상한액은 500만원이다. 기부자에게는 기부금에 대한 소득세(국세)와 지방소득세(지방세) 세액 공제 혜택을 준다. 10만원 이하 기부금은 전액 세액공제하고, 10만원 초과 500만원 이하의 기부금은 16.5%를 공제한다.

 

기부에 대한 감사 표시로 지자체는 기부자에게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지역특산품과 지역사랑상품권 등이 대표적이다. 답례품 상한액은 기부액의 30% 이내로 규정했다. 지자체는 기부금의 관리·감독을 위해 기금을 설치하고, 기부금 접수 현황과 운용 결과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기부금 뺏길라” 지자체들 제도 준비에 총력

 

지자체는 기부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부자가 지역을 지정해 기부금을 내놓는 만큼 가만히 손을 놓고 있다가 다른 지자체에 재원을 뺏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먼저 전남도는 올해 1월 고향사랑기부금 제도를 추진할 전담부서인 ‘고향사랑추진단’을 신설했다. 상반기 중 시행령이 마련되면 관련 조례와 기부자의 편의를 위한 원스톱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준비한다. 강원도 역시 올 초 ‘강원사랑기부제도 운영 추진계획’을 수립했고, 경북도는 경북사랑기부금 활성화를 위한 연구 용역에 나선 상태다.

 

지자체들이 기부제 시행에서 무엇보다 신경을 쓰는 부분은 바로 답례품이다. 지역에서 내놓는 답례품에 따라 기부금이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도는 15개 시·군의 특산물을 활용한 답례품을 구상 중이다. 충북도는 아예 답례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을 위한 연구 용역을 맡겼다.

 

광주시는 기부금 답례로 광주상생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기부와 지역 관광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제주 일각에선 기부를 하면 ‘제주사랑도민증’을 발급하자는 아이디어를 내 주목받고 있다. 강철남 제주도의회 의원은 “제주가 재외도민증을 발급하고 있는데 기부제와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며 “기부를 유도하는 프로모션도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기부금 지역 쏠림 현상 발생할 수도”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 특성이나 준비 여하에 따라 들어오는 기부금 규모가 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부금이 고향을 떠난 인사들 규모 또는 인구수에 비례할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전남의 한 시·군 관계자는 “각 지역의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기부 대상을 기부자 주소지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심히 우려스럽다”며 “기부금 쏠림 현상으로 지자체 간 재정 격차가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부제가 기본적으로 애향심에 크게 기대는 만큼 지역감정을 부추겨 각종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울산시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되면 기부금을 얼마나 받았느냐를 두고 지역끼리 경쟁할 게 불 보듯 뻔하다”며 “타지 출신이 절대 다수인 울산시 같은 지역은 어떤 명분을 내세워 기부금을 끌어올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지자체 간 과열·출혈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지자체들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김대철 대구경북연구원 박사는 “지역 기부액 총액을 제한하거나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먼저 도움이 갈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자칫 지자체 간 경쟁 심화는 물론 재정 여건이 탄탄한 지역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는 고향사랑기부제 도입 취지에 걸맞게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 교수는 “우리 사회가 더 선진화된 사회로 나가기 위해 기부는 어떤 형식으로든 활성화돼야 한다”면서도 “기부제 도입 취지에 맞게끔 지자체 재정 건전성 확보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꾸준한 관심과 법망 손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동·대구·무안·울산=배소영·김덕용·한승하·이보람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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