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北 ICBM 발사 수순 밟는데 3·1절에 대화·평화만 외친 文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22-03-01 23:25:21 수정 : 2022-03-01 23:25:2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극초음속’ 등 올해 여덟 번 도발
한·미 선거 틈타 일상화할 듯
현실 직시해야 북핵 위기 해결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103주년 3·1절 기념사에서 “한국전쟁과 그 이후 분단의 역사는 대결과 적대가 아니라 대화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쟁의 먹구름 속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를 꿈꿨던 것처럼, 우리가 의지를 잃지 않는다면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잇단 도발을 눈앞에서 보고도,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입에서 대화·평화 얘기만 나오니 귀가 의심스럽다.

문 대통령의 인식을 보면 현실을 외면하거나, 환상에 살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 그간 우리 정부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도 유엔안보리 성명에 불참하는 등 국제사회의 행보와는 반대로 가고,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가 열릴 때마다 도발로 규정하지 않고 앵무새처럼 “우려”, “깊은 유감” 만 되뇌었다. 유효기한이 다 된 종전선언을 혹시나 하고 손에 쥔 채 작년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도발이라고 하지 말라”고 하자 정부는 ‘도’자도 꺼내지 못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5대 핵심과제 완수를 공언한 대로 극초음속미사일 외에도 고체연료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핵잠수함·수중발사 핵무기 같은 신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발사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한 시험”이라며 위장 전술을 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월 20일 핵실험·ICBM 시험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철회를 선언한 북한이 사실상의 ICBM인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 3·9대선,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후로 도발을 일상화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제거하지 않고선 한반도의 평화는 요원한 일이다. 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핵위협을 규탄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대북 저자세 구태를 되풀이한다. 희망만 갖고선 절대로 평화를 담보하지 못한다. 엄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만반의 대비를 하는 나라에게 평화가 찾아오는 법이다. 어제 정부가 입장을 바꿔 네 번째 만에 북한의 연쇄 도발을 규탄하는 유엔안보리 ‘장외 성명’ 대열에 동참한 것은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이게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수지 '하트 여신'
  • 탕웨이 '순백의 여신'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