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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허한 평화론’ 위험성 일깨워준 우크라이나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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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2-25 23:29:01 수정 : 2022-02-25 23: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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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함락 위기에도 러에 읍소만
강대국 약속 믿고 自强 외면한 탓
李 후보, 文정부 전철 밟지 말아야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틀째인 어제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예프가 포위되는 등 존망 위기에 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에 ‘평화’를 읍소할 뿐 무기력하다. 그는 러시아를 향해 “너무 늦기 전에 (전쟁 위기를) 멈춰야 한다. 러시아인들은 전쟁을 원하는가. 답변을 듣고 싶다”고 했다. 정글처럼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이런 감성적 호소가 먹혀들 리 없다. ‘믿었던’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진영은 러시아를 규탄하고 대러 제재 수위를 높였지만 군사적 개입에는 선을 긋고 있다.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나라가 어떤 운명에 처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크라이나가 백척간두에 선 건 국방력 강화를 소홀히 한 대가다. 1994년 12월 미국·러시아·영국과 체결한 핵폐기 각서인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만 믿었다.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이들 국가가 안보와 경제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 핵보유국이었지만 신생독립국으로서 주권과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모든 핵무장을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때 이 각서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당시에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력 반발했을 뿐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파견하지 않았다. 국제사회에서 자체의 힘이나 동맹이 뒷받침되지 않은 공허한 외교는 무기력하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미국·서유럽 국가와 러시아 간 신냉전이 본격화하는 신호다. 강대국들의 신냉전이 사실상 현실화한 이상 우리의 생존전략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강 건너 불이 아닌 것이다. 여당 대선 후보 인식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지구 반대편 남의 나라 일이지만 이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 주가가 내려가고 있다”고 했다. “평화가 곧 경제이고 밥”이라면서 “지도자가 할 일은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고도 했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평화는 의미가 없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는 차이가 난다. 한반도 평화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화는 말로만 지켜지는 게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이 그 방증이다.

문재인정권은 임기 내내 평화를 외쳤지만 대북정책에서 빈손으로 물러나게 됐다. 북한을 외교안보의 우선순위에 두는 잘못된 정책을 펴는 바람에 한·미동맹은 약화했고, 대일 관계는 사상 최악 상황에 놓였다. 한·미 연합훈련은 축소·연기되고 대북 정찰 능력도 약화했다. 외교에도 자강에도 실패한 것이다. 이 후보는 문재인정권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다음달 9일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엄혹한 국제환경 속에서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하면서 안보와 경제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도 동북아의 불안 요인이다. 평화만 되뇔 때가 아니다. 이 후보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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