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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제한 끝나자 또 학대… "학대범, 가정으로부터 분리 검토"

입력 : 2022-02-22 18:40:37 수정 : 2022-02-22 18: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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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아동인권 특별추진단 중간보고
접근제한 명령 어겨도 구두경고
피해아동시설 위탁 등 소극 조치
계부 학대 5살 사망사태 등 불러
“아동복리 중심 대책 마련할 것”

아이는 2살이던 2016년 11월 계부 이모(30)씨를 처음 만났다. 그 나이 아동은 “엄마”, “아빠”란 말을 하며 주변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진다. 이 시기 친모와 동거를 시작한 이씨는 아이를 학대했고, 친모가 2017년 3월 이씨를 신고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신고 이후 아이가 아동복지시설로 가며 학대가 끝날 줄 알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법원에서 집행유예형을 받은 이씨는 접근제한 명령에도 계속 아이를 찾아갔다. 경찰은 그런 이씨에게 구두경고만 하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2년이 지난 2019년 7월 아이에 대한 보호명령이 종료됐고, 보호전문기관은 “다른 자녀를 대할 때 화를 억제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아이를 친모와 이씨에게 돌려보냈다.

그렇게 가정에 복귀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2019년 9월, 아이는 이씨의 지속적인 학대로 5살 짧은 인생을 마감했다. 조사 결과 이씨는 아이를 목검으로 폭행한 뒤 손발을 활처럼 휘게 뒤로 묶어 23시간 동안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이씨는 살인 혐의 등으로 징역 25년을 확정받았지만 이미 한 생명이 떠난 뒤였다.

법무부 아동인권보호 특별추진단은 22일 이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피해아동이 아닌 가해자를 가정으로부터 분리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지난해 2월 발족한 추진단은 위 사건을 우선 조사대상으로 선정하고 꾸준히 조사를 진행해왔다. 추진단은 해당 사건 조사를 통해 “가해자를 가정으로부터 분리하는 방식을 먼저 고려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지금까진 가정 내 학대가 발생하면 아동을 보육시설에 위탁하는 방식 등으로 아동을 분리해왔는데 이 같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을 분리할 경우 아동이 누리고 있던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기고, 학대를 하지 않은 보호자와도 떨어지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사진=뉴시스

추진단은 “(이 사건의 경우) 친모가 초기에 계부의 아동학대 행위를 신고함으로써 아동을 보호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음에도 여러 아동학대 대응기관들은 피해아동을 가정으로부터 분리시켰을 뿐”이라며 “학대행위자인 계부를 가정에서 분리시키고 친모와 자녀들을 중심으로 원가정을 보호·지원하는 방식의 조치는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현재도 가해자를 가정으로부터 분리시키는 △긴급임시조치 △임시조치 △주거퇴거 등의 조치가 있긴 하다. 하지만 가해자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른 주거를 마련할 수 없는 경우엔 격리조치를 하더라도 가정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제대로 된 관리가 어려웠다. 유치장·구치소 유치처분이나 감호위탁 처분도 많이 활용되지 못했다. 법무부는 “가해자를 가정에서 분리하는 제도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원인을 파악해 아동의 복리를 중심으로 하는 적정한 조치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진단은 피해아동보호명령에 돌봄서비스기관의 돌봄위탁을 추가하겠다고도 했다. 가정에서 방임되는 아동이 원가정과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호·양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가해자의 피해아동 정보 접근을 막기 위한 법령 정비도 실시할 예정이다. 위 사건의 경우 계부 이씨는 주민등록 열람을 통해 아이가 생활하는 시설을 알아냈다.

법무부는 “향후 지속적인 운영실태 점검과 관계기관 협력을 통해 아동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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