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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휸다이’ 아닌 ‘횬데’… 친환경차 앞세워 日열도 고속질주 ‘시동’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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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2-19 14:55:45 수정 : 2022-02-19 15: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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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2년 만에 日시장 재진출

2001년 도전장냈다가 2009년 12월 철수
이번엔 승용차 전체 아닌 무공해차 국한
5월부터 아이오닉5·수소전지차 넥쏘 판매
넥쏘, 5분 동안 완충으로 820㎞ 주행 가능
한국 제품에 대한 ‘보이지 않는 벽’ 걸림돌

‘이미지 개선’보다 ‘새 이미지 창출’ 전략
EV·FCV 비율 0.98%… 성장 가능성 무궁
온라인 판매 채택… 소비자들 반응 미지수
전국 주요 지역에 ‘고객경험센터’도 구축
일본인 AS 중시… 안정적 네트워크 중요
일본 시민들이 지난 11일 도쿄의 대형 사무주거복합시설 시부야캐스트 앞 광장에서 도우미 설명을 들으며 현대자동차의 전기차(EV) 아이오닉5를 살펴보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일본에는 이런 자동차가 없습니다. 정말 멋있네요.”

일본의 건국기념일 공휴일인 지난 11일 도쿄의 대형 사무주거복합시설 시부야캐스트 앞 광장. 백발의 일본 여성이 현대자동차의 전기차(EV) 아이오닉5 디자인을 유심히 살펴보며 “갓코이이(멋지다)”라고 연발했다. 이곳에서는 5월 일본시장에서 판매할 아이오닉5와 수소연료전지차(FCV) 넥쏘가 한 대씩 전시돼 직접 시승할 기회를 주고 있다. 안내 도우미는 “하루에 60∼100명 정도 시승하고 있다”며 “90% 이상이 멋지다며 긍정적 반응”이라고 했다. 가족이나 외국인 모습도 보였다.

구미에선 쾌속 질주하는 현대차가 일본 승용차 시장 재진출을 발표하며 조용히 시동을 걸었다. 2001년 도전장을 냈다가 2009년 12월 철수한 지 만 12년 만이다.

◆한국차 일본 진출에 한·일 관심 고조

“이번엔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13일 일본에서 식품유통업을 하는 배오성 고세이(GOSEI) 대표가 토요타의 수소FCV 미라이를 운전해 수소충전소를 향하며 말했다. 배 대표는 “지난해 도쿄에서 넥쏘를 전시할 때 시승해 봤는데 굉장히 괜찮았다”며 “미라이는 일반 승용차라서 수소탱크 때문에 실내가 좁지만 넥쏘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어서 실내도 넓고 디자인, 인테리어도 좋았다. 넥쏘를 팔았으면 넥쏘를 샀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5500엔(약 5만7000원, ㎏당 1100엔)으로 연료를 가득 채우면 한 번에 650㎞(토요타 발표 기준) 거리를 갈 수 있다”며 “일본 수도권에 수소스테이션이 생각보다 많고 충전도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환경을 생각하는 도시 젊은 층에 넥쏘가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일본 도쿄의 대형 사무주거복합시설 시부야캐스트 앞 광장에 전시된 현대자동차의 전기차(EV) 아이오닉5를 시민이 살펴보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실제 도쿄 신주쿠(新宿)구 한국학교 인근에서 도심 미나토(港)구 시바(芝)공원의 수소스테이션으로 15분 정도 이동한 뒤 수소를 가득 충전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이 되지 않았다. 일본 차세대자동차진흥센터에 따르면 전국의 수소스테이션은 1월 현재 157곳으로 이 중 58곳이 도쿄 등 수도권에 있다. 현대차는 넥쏘의 경우 5분간의 완전충전으로 820㎞를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전반적으로 아이오닉5와 넥쏘의 기술이나 디자인 등 차 자체의 경쟁력은 인정하면서도 한국 제품에 대한 일본의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을 어떻게 넘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폰은 팔려도 삼성 갤럭시폰은 고전하는 일본시장 특성을 반영한 걱정이다.

일본에서 30년 이상 생활하고 과거 한국차를 응원하기 위해 그랜저를 구입했었다는 염종순 이코퍼레이션닷제이피 사장은 18일 “LG전자의 고급가전이 팔리는 현상을 볼 때 단순히 한국 제품이라는 틀로만 생각하는 것은 일본시장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라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제품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휸다이 재진출’ 아닌 ‘횬데의 신등장’

일본시장 재진출에 대한 한·일 양국에서의 관심에도 정작 현대차는 굉음을 내지 않는다. 시장철수라는 ‘부(負)의 과거사’를 고려한 듯 로키(low-key) 기조다. 과거 시장철수에 대한 현재 시점의 소비자 평가가 어떠한지에 따라 미래의 그림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지난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현대자동차의 일본시장 재진출 발표회에 등장한 전기차(EV) 아이오닉5(왼쪽)와 수소연료전지차(FCV) 넥쏘. 도쿄=김청중 특파원

민단(재일대한민국민단) 고위 관계자 A씨는 2001년 현대차 진출 후 그랜저를 구입한 바 있으며, 지금은 제네시스를 가지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차를 구입 시에는 다시 팔 때의 중고차 가격을 중시한다”며 “현대차 철수로 애프터서비스(AS) 받기도 어렵고, 중고차로 팔기도 어려워 폐차한 경우가 많다”고 유사한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2009년 철수 시점에서 일본에서 현대차 1만5000대가 팔렸고, 그중 4%인 600대가 현재 운행 중이다.

현대차는 이런 상황에서 ‘이미지 개선’보다는 ‘새로운 이미지 창출’이라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대’의 일본식 발음이 ‘휸다이(hyundai)’에서 ‘횬데(hyonde)’로 바뀐 것에서도 읽힌다. 지난 8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시장 재진출 기자발표회에 참가한 일본 미디어 관계자 사이에서도 “휸다이와 횬데가 같은 회사냐, 다른 회사냐”라며 작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회사의 일본 진입으로 인식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기자발표회 영상 메시지로 밝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고객과 마주 보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결국 ‘휸다이의 재진출’이 아니라 ‘횬데의 신(新)등장’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테슬라식 온라인판매와 AS망 구축 관건

현대차는 승용차 시장 전체가 아니라 소위 ZEV(무공해차) 분야에 국한해 도전장을 냈다. 일본자동차판매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판매된 전체 승용차(239만9862대) 중 EV(2만1139대, 0.88%)와 FCV(2464대, 0.1%) 비율은 0.98%(2만3603대)다. 가솔린, 하이브리드가 주도하는 메인 스트림에 비하면 마이너리그 수준이다.

현대자동차 일본어 홈페이지의 전기차 아이오닉5. 현대차 일본어 홈페이지 캡처

한국의 4%에 비해 1%도 안 되는 수치이지만 이는 거꾸로 일본의 EV·FCV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2050년 탈탄소사회 실현을 위해 친환경 자동차 지원 계획을 밝히고 있다.

 

현대차는 일본에서 과감하게 온라인 판매방식을 채택했다. 테슬라처럼 딜러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고 승용차 탐색-계약-결제-배송 전 과정을 원스톱 온라인 서비스로 제공한다. 올여름 도쿄 인근 요코하마(橫浜)를 시작으로 수년 내로 전국 주요 지역에 현대고객경험센터 구축도 추진한다. 여기에서는 온라인으로는 어려운 시승, 구매 상담, 정비서비스를 제공한다. EV와 자동차 온라인 판매의 대명사 테슬라는 도쿄 2곳 등 일본 전국에 6개의 테슬라스토어를 두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일본에서 전년보다 276% 증가한 5196대가 팔렸다.

한국차의 온라인 판매에 대해 일본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자동차가 고가의 제품이어서 결국 만져보고 타봐야 할 것이라는 주장과 테슬라의 사례처럼 일본도 바뀌고 있다는 반박이 맞선다.

 

한국 업체와 20년 이상 거래 경험이 있다는 스즈키 시게유키(鈴木重幸) 아자부쓰리에이컨설팅 대표는 “한국을 400번 이상 방문하며 한국의 시대변화를 현장에서 본 입장에서 한국자동차는 생각도 못 한 글로벌화를 달성했다”며 “일본의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어 특히 젊은 층에서는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BMW를 보유하고 있다는 그는 향후 현대차 구매를 고려한다면서 “온라인 판매는 앞으로 주류가 돼 10년 내 요도바시카메라(컴퓨터·가전 등 전기전자제품 체인점)가 판매창구가 되는 시대가 곧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3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시바공원의 수소스테이션에서 토요타 수소연료전지차(FCV)에 연료가 충전되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안정감 있는 AS네트워크의 확보도 핵심 포인트다. EV가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적고 유지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계라기보다는 전자제품이어서 한번 고장 나면 수리가 훨씬 어려울 수 있다. 1995년부터 일본에서 자동차산업을 연구한 박태훈 간사이(關西)대 상학부 교수는 “일본인은 AS를 중시하고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대리점에 무조건 맡긴다”며 “자동차는 한번 사면 최소 5, 6년 탈 것으로 생각하는데 고장 났을 때 대책이 없으면 구매를 주저할 수 있다”고 AS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전역에 직접 AS센터를 설치하려면 부담이 커 전문 AS회사나 지방의 중소 AS센터와 제휴방식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시장 분석·컨설팅 전문회사인 카노라마재팬 미야오 다케시(宮尾建) 대표는 “AS 아웃소싱은 현대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적고, 그(AS를 맡은) 회사 입장에서도 일거리가 되니 서로 윈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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