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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노동자 10명 중 6명 “소득 급감 불안”

입력 : 2022-02-16 23:00:00 수정 : 2022-02-16 22: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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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로 “생계 벼랑 끝”

“정리해고·회사 파산 걱정 시달려
빚내고 몰래 알바 뛰어 겨우 버텨”

정부 고용지원금도 2월 말 종료
LCC 한정 지원 연장 가능성 커
“항공산업 종사자 생존대책 절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코로나19로부터 회복과 항공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항공노동자 7대 요구 발표 및 대선캠프 전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옥, 고난, 고통, 힘듦, 인내. 항공노동자 470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을 표현하면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닫힌 이후 항공노동자들은 생활고와 고용불안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선언하며 잠시 품었던 기대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사라졌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며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1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항공노동자 47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응답자의 64%(301명)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급격한 소득 감소’로 불안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노조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여행객이 줄면서 항공사 직원들은 돌아가며 유급·무급 휴직을 반복하는 실정이다. 응답자의 34%는 권고사직·정리해고 등 고용위기로 불안했고, 부도·파산 등 회사가 붕괴할 것이 걱정된다는 응답도 27.7%였다.

 

20년가량 지상조업사로 근무해온 박모(52)씨도 지난 2년간 월급이 크게 줄었다. 박씨는 “아이들 학원비와 생활비가 부족해 회사에서 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신청자가 몰려 그마저도 3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주변에 대출을 안 받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회사 규칙상 겸업이 안 되다 보니 다른 일을 못 하는데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승무원 A씨는 “원래 수당이 많은 구조인데 수당을 못 받아서 생활이 힘들었다. 고정 생활비가 있는데 갑자기 수입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라며 “그나마 맞벌이라 힘들게 버텼지만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 컸다”고 토로했다. 지난해에는 무기한 휴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승무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기도 했다.

 

항공노동자들은 정부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부터의 회복과 항공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7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번 요구안에는 △아시아나KO·이스타항공 정리해고 해결과 코로나19 회복에 따른 복직 △현행 고용유지지원제도 개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관련 고용유지 방안 마련 △정부 지원에 따른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노동시간 특례 폐지를 통한 일자리 창출 △필수유지업무제도 폐지 △항공산업 재편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노동자 참여 보장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코로나19로 항공산업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생계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면서 “항공업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을 위한 정부대책이 여전히 부족하고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특히 지난 2년간 가장 도움이 된 지원대책으로 고용유지지원금(36.6%)을 꼽았다. 고용지원금은 사업주가 평균 임금의 70% 수준인 휴업수당을 노동자에게 지급하고, 정부가 이 중 최대 90%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다만 고용지원금은 원칙적으로 3년 연속 받지 못하게 돼 있어 이달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단서조항을 활용해 항공업계 등의 고용지원금 지원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저비용항공사(LCC)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은 지난해 항공화물 특수를 바탕으로 무급휴직 등 인건비를 줄여 영업흑자를 냈기 때문이다.

 

또 항공노동자들은 국제선 운송을 위한 방역정책 완화도 고려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대한민국조종사노동조합연맹은 기자회견을 열고 “백신 접종률, 치료제 도입, 자가진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지침의 변화를 검토해야 한다”며 “국제선 여행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항공업계 생존을 위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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