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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내 성 착취 극심… 아바타 간 추행도 성범죄 처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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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29 14:00:00 수정 : 2022-01-29 09: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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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18세 미만 女 많이 이용… 디지털 성범죄 취약
아바타 성행위 묘사, 탈의 요구 등… “소문낸다” 협박도
수사당국, 사후 조치에만 급급… 처벌하는 데 한계 뚜렷
“디지털 표현물 ‘아바타’, 성범죄 보호대상으로 편입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중학교 2학년(만 14세)인 A양은 메타버스에 접속해 있던 중 남자 교복을 입은 B에게 이른바 ‘왕게임’을 하자고 제안받았다. B는 게임에서 진 A양에게 아바타의 속옷을 제외한 전신을 탈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 밖에도 B는 A씨가 자신의 아바타 위에서 반복적으로 앉거나 하는 등의 성행위 자세를 묘사하도록 했고 이런 장면을 전부 녹화했다. A양이 요구를 거부하면 “야한 짓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을 내겠다”고 협박했다. 이후에도 A양이 메타버스에 접속할 때마다 따라다니거나 A양의 메타버스 집에 “X녀”등의 낙서도 했다.

 

B의 이런 행위를 현실에서 처벌 가능할까. 이 사례는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내 아동 성 착취 및 성범죄 피해 사실을 재구성한 사례다. 지난 27일 강선우 의원실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메타버스 매게 아동·청소년 성 착취 현황과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공개됐다.

 

29일 세계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1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메타버스 내 디지털 성범죄가 끊이질 않지만 경찰의 수사 의지나 역량도 부족하고 가상공간에서 아바타 등을 만져도 물리적인 접촉이 없기 때문에 성범죄로 처벌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10대들 이용률 높은 메타버스…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이 될 수도

 

지난해 발표한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가장 대중적인 메타버스 서비스인 ‘제페토’ 이용자의 경우 7~12살이 50.4%, 13~18살이 20.6%를 차지했다. 성별로 보면 77%가 여성으로, 10대 그리고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18세 미만 여성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지만 이 서비스를 매개로 한 디지털 성범죄에 취약한 구조다. 기존의 디지털 성범죄는 게임이나 소셜 네트워크(SNS)상 채팅, 라이브 방송 등을 매개로 이뤄졌는데 메타버스는 이런 온라인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아바타를 스토킹을 하거나 채팅을 통한 그루밍, 음란물 공유 등의 범죄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희진 탁틴내일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팀장은 “이미 메타버스는 1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그루밍, 성 착취, 성폭력이 이뤄지는 또 하나의 장소가 된 것 같다”며 “최근 학부모들이 아이가 메타버스에서 스토킹 당하거나 음란물 주고받는 것 같다는 상담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사후 조치에만 급급한 수사당국…처벌 조항도 부족

 

메타버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아동·청소년이 이런 디지털 성범죄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가해자에 대한 수사도 쉽지 않다.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타버스에서 일어나는 행위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가 가상공간에서 스토킹을 당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주는 메시지를 받아도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사업자들도 이런 문제를 발견해도 수사당국에 알리기보단 사용자를 차단하는 수준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경찰의 인지수사나 범죄 예방 활동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현실은 사후 조치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성범죄 가해자를 잡는다 해도 이들을 처벌하는 데도 한계가 뚜렷하다. 앞서 나온 사례처럼 B가 A양의 아바타를 추행해도 현재 대부분의 법률은 ‘사람’을 직접 만지고 추행하는 것만 제재하고 있어 아바타 간 추행을 처벌하기 쉽지 않다. 또한 A양의 아바타가 유사성행위를 하는 모습을 녹화하고 편집해도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인정되기 어렵다. 사람이 아닌 아바타이기 때문에 B가 A양이 아동인지 몰랐다고 부인하면 고의성을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디지털 성범죄 중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채팅 등을 성희롱의 경우 非성범죄 조항으로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서지현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대응 TF 팀장은 “실제 유저가 여성임을 확인한 후 성적 대화를 유도하거나 모욕적인 메시지를 보내도 형법상 모욕죄 내지 명예훼손죄 등 非성범죄로 다뤄지고 있다”며 “피해 감정이나 성범죄의 특성을 고려한 대응이나 피해자 보호조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바타도 성범죄 보호대상, 메타버스 위장 수사도 필요

 

수사역량과 법 제도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범죄가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메타버스 내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 환경에 맞는 입법이 필요하고 최소한 기존 법을 폭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정준화 국회 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 조사관은 “많은 10대 청소년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아바타에 느끼는 정서적 일체감이 커 아바타 간 이뤄지는 추행도 물리적인 고통으로 느낄 수 있다”며 “점점 인간관계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동하는 만큼 디지털 표현물인 ‘아바타’를 성범죄 보호대상으로 편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메타버스 내 성범죄에 대한 초동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메타버스 사업자도 범죄 정황을 포착하면 의무적으로 수사당국에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며 “또한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영장이 없어도 경찰이 출동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것처럼 온라인 성범죄에 대해서도 이런 응급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의견들에 대해 이병귀 경찰청 사이버수사 과장은 “현행 법률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신종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아동 · 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하겠다”며 “앞으로는 디지털 성범죄 수사를 위해 마련된 위장 수사 제도를 메타버스에 활용하는 것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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