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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추진 사도광산은 에도유산일 뿐? [FACT 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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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14 06:00:00 수정 : 2022-01-13 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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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한국인 징용 문제’ 제외 논란… 전혀 사실 아님

“에도시대 생산 체제·기술 초점”
일제강점기 2000여명 징용 빼
군함도처럼 등재만 노린 ‘꼼수’
韓 “전체적 역사 기초 판단해야”
일본 니가타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사도광산.

“외교문제가 될 만한 사안이 아니다.”

 

일본 니가타현 하나즈미 히데요 지사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한국 정부가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자국 정부도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자 한 말이다.

 

한국의 문제 제기, 일본의 망설임은 이곳이 일제강점기에 적어도 한국인 2000명이 강제징용돼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가혹한 환경에서 일한 현장이란 사실에서 비롯된다.

 

니가타현 관계자는 13일 한국 언론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에도시대(1603~1867) 생산 체제와 기술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사도광산의 보편적 가치가 명확해졌다”고 주장했다. 사도광산을 에도시대 유산으로 한정함으로써 세계유산 등재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한국이 괜한 시비를 걸고 있다는 뜻이 담겼다.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된 유네스코의 최근 경향, 역사 인식이 대립하는 분쟁유산을 둘러싼 국제사회 여론 등을 감안하면 이런 주장은 거짓에 가깝다. 등재만을 노린 ‘꼼수’와 다름없다.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에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의 모습. 사도광산에는 2천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이 태평양전쟁 기간 일제에 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노역했다. 연합뉴스

일본 문화심의회는 지난달 28일 사도광산을 세계유산 등재 추천 후보로 정했다. 일본 정부는 일단은 “종합적 검토를 하겠다”며 신중한 모습이지만 최종적으로 추천을 결정하면 ‘사도광산=에도시대 유산’이란 논리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물론 유네스코 판단이다. 추천을 받은 유산에 대해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의 심사, 권고를 받아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주목할 부분은 이코모스가 사도광산을 에도시대 유산으로 한정해 볼지, 아니면 일제강점기까지 포함해 전체적인 역사에 기초해 판단하느냐다.

 

일본 측은 역사 인식이 갈리는 유산에 대한 판단 방식을 구체적으로 정해 놓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등재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도광산과 같은 이른바 ‘분쟁유산’에 대해 “전체적인 역사를 토대로 관련국의 목소리를 듣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다름 아닌 일본의 세계유산 중 하나인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2015년 등재)에 포함된 ‘군함도’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이 징용된 현장인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내 방치된 건물의 모습. 연합뉴스

일본은 등재 과정에서 군함도가 급속한 산업화의 성공 사례라는 점을 강조하며 시기를 19세기 후반∼20세기 초로 한정했다. 한국 등 주변국 반발에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의 현장이란 사실을 세계유산 안내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등재가 가능했다. 정작 세계유산에 포함되자 일본의 태도는 싹 달라졌다. 일본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해 지난 7월 유네스코가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시했을 정도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관계자는 “역사적 판단에 분쟁의 소지가 있는 것들이 세계유산 후보로 추천돼 논란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을 에도시대의 것으로 주장하려 한다면 (군함도의 경우처럼) 시대를 한정해 역사적 책임을 벗어나려는 꼼수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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