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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바이러스 팬데믹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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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29 23:06:46 수정 : 2021-12-29 23: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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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하나가 인류 멈춰 세워
더 센 팬데믹 언제 또 올지 몰라
백신 기술 주도권 잡는 나라가
21세기 이끌 신흥패권국 될 것

‘팬데믹’(Pandemic)은 Pan(모든)과 Demos(사람)의 합성어로 대유행 전염병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겪은 팬데믹의 대부분이 바이러스성이다. 20세기까지 10억명의 사망자를 낸 천연두, 1916년 뉴욕을 초토화시키고 세계적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다가 백신 개발로 수그러진 소아마비, 1918년 3개월 만에 전 세계로 퍼져 한 해 동안 6억명의 감염자와 20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었던 스페인독감,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 1981년 보고된 이래 지금까지 3000만명의 사망자를 낸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 모두 바이러스성 팬데믹이다. 현재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약 540만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팬텀급 팬데믹으로 21세기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바이러스란 ‘독’(virulence) 이란 말에서 유래됐다. 독성 단백질이 비활성 상태로 잠재해 있다가 특정 자극으로 독성을 나타내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하고 붙여진 이름이다. 19세기 말 독일의 미생물학자인 로베르트 코흐는 모든 질병은 원인균이 있다는 코흐의 가설을 발표했다. 그리고 당시 개발된 도자기 필터로 병원균을 제거할 수 있게 되면서 많은 학자들이 질병의 원인균을 찾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배용수 성균관대 교수 생명과학

당시 러시아의 식물학자 드미트리 이바놉스키는 담뱃잎에 병을 일으키는 원인균을 찾고자 병든 담뱃잎을 갈아 필터를 통과시키고 다시 담뱃잎에 접종했다. 그럼에도 병이 생기는 것을 보고 1892년 필터로 제거되지 않는 새 병원균의 존재를 학술지에 게재했다. 그러나 당시 학자들은 도자기 필터를 잘못 만들어 세균을 거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하며 그의 연구 결과를 믿지 않았다. 그러나 6년 후 네덜란드의 식물학자 마르티누스 베이예링크는 검증된 필터로 동일한 실험을 반복해 이바놉스키와 같은 결과를 얻고 ‘필터를 통과하는 감염원’이 실제로 존재함을 학계에 보고했다. 그해 코흐의 두 제자도 구제역의 원인균이 바이러스임을 밝혔다. 이러한 발견이 현대 바이러스학의 기원이 됐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실체는 1930년대 전자현미경이 개발되고 나서야 드러나게 됐다. 머리카락의 1000분의 1 정도 크기인 바이러스는 핵산과 단백질로 구성돼 있고 단백질의 특정 부위가 감염을 담당한다. 바이러스는 동물뿐 아니라 식물에도 감염되며, 일단 감염되면 빠른 속도로 증식하고 감염된 세포 하나에서 수만개의 자손 바이러스가 주변 세포에 재감염돼 감염 부위를 파괴시켜 나간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들은 숙주 생명체의 면역과 방어체계가 작동해 감염 초기에 제거되지만 병원성이 강한 바이러스는 이러한 방어체계를 뛰어넘어 병을 일으키고 더 심한 것은 팬데믹을 유발한다. 바이러스 하나가 21세기의 인류를 멈춰 세웠다. 감기 환자도 아니고 추운 겨울도 아닌데 일상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 공백을 두고 살아야 한다.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일상)이 아니라 뉴 애브노멀(new abnormal·비정상)이다.

유사 이래 인류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헤겔의 변증법 이론대로 인류는 도전과 응전으로 한 단계씩 발전해왔다. 그리고 시대적 도전을 극복하는 나라가 테크노 헤게모니(기술패권)를 잡고 세계를 이끌었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은 선·후진국 할 것 없이 무차별 확산됐다. 변종이 계속 출현하면서 코로나 팬데믹이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효과적인 치료제와 백신 개발로 머지않아 코로나도 잦아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팬데믹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점이다. 우리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으면서 사전에 어느 정도 방역체계를 갖추었음에도 초기 대응에 실패해 뼈아픈 교훈을 받았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각국은 다음 팬데믹에 대비해 보다 효과적인 방역체계와 단기간에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 확보에 사활을 걸 것이다. 그리고 인류가 팬데믹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한 그러한 기술 경쟁에서 성공하는 나라가 21세기를 이끌 패권국이 될 것이다.


배용수 성균관대 교수 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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