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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 수신금리 변경한 토스뱅크… 가입자 99%는 혜택 변함없다? [FACT 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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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25 15:44:36 수정 : 2021-12-25 15: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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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뱅크, 가계대출 총량제로 대출판매 금지
"좋은 혜택 유지하려면 일단 살아남아야"

'조건 없는 연 2%' 금리 내걸었지만
내년부터는 1억원 이하 금액에만 적용

은행권 관계자들 "틀린 말 아니겠지만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사답지 않다"

금융당국 "금리변경 법적 문제없지만
마케팅 수단으로 확산하면 문제 소지"
지난 10월 5일 토스뱅크 홍민택 대표가 토스뱅크 출범식에서 2%의 이자를 주는 예금 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토스뱅크 제공

“약 99%에 달하는 고객의 경우 기존과 변함없는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

 

토스뱅크는 지난 3일 “내년 1월 5일부터 일부 구간에서 수신금리 변경이 있을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토스뱅크는 수시입출금 통장에 하루만 돈을 맡겨도 연 2% 금리(세전)를 제공해왔는데, 내년부터는 1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연 0.1%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1억1000만원을 토스뱅크 통장에 맡긴 고객은 1억원까지는 연 2% 금리, 1000만원에 대해서는 연 0.1% 금리가 적용된 이자를 받게 된다.

 

토스뱅크가 갑작스럽게 금리를 변경해 고객과의 신뢰를 깨뜨렸다는 비판이 꺼지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출범한 토스뱅크는 사전신청자만 170만명 넘게 몰릴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었다. ‘조건 없는 연 2% 금리’를 내걸고 수시입출금 통장인데도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1억원까지’라는 조건이 붙게 된 셈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더 많은 고객들에게 오랫동안 더 좋은 혜택을 유지하려면 일단 토스뱅크가 살아남아야 하므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토스뱅크는 지난 10월 출범 10일 만에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규제 일환으로 토스뱅크에게 부여한 5000억원을 소진하면서다. 이후 현재까지 신규 대출은 판매하지 못하고 예금 이자만 지급하면서 경영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이에 1억원이라는 한도 안에서만 2% 금리를 적용하는 게 최대한 많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토스뱅크 입장이다. 토스뱅크는 전체 고객 중 1억원 이상 예치한 고객의 비율은 1%가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했다. 1억원 이하로 돈을 넣은 99% 고객은 금리 변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99%는 가입자 수 기준일 뿐, 금액 기준으로는 더 클 듯

 

하지만 ‘99%’가 금리 변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토스뱅크의 설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토스뱅크는 가입자 수 기준 수치만 제공하고 있는데, 금액을 기준으로 보면 금리 변경의 영향을 받는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토스뱅크는 현재 금액 기준 수치는 알리지 않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1억원 초과 금액을 예치한 사람이 적어도 그 사람들이 가진 금액은 클 가능성이 높다”며 “수치를 줄이기 위해 가입자 수 기준만 공개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예컨대 100명 중 1명이 10억원을 예치하고 99명은 1000만원을 예치했다고 가정하면, 금리 변경의 영향을 받는 가입자는 100명 중 1명으로 1%가 된다. 하지만 금액은 19억9000만원 중 10억원에서 1억원을 제외한 9억원으로, 45% 정도가 된다.

 

◆가입자 수 기준? 금액 기준?…정해진 기준은 없어

 

‘가입자 수’와 ‘금액’ 중 무엇이 더 일반적인 기준일까. 은행권 관계자들은 이렇게 금리를 대폭 하향 조정하는 일이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확히 정해진 기준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이번이 특이한 사례기 때문에 ‘일반적’이라는 표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99% 가입자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 틀린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그런 사례가 많지 않아서 답하기가 모호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시중은행이 이런 식으로 2% 금리를 제공한다며 고객을 유인했다가 금리를 변경할 수 있었겠냐”면서 “토스뱅크가 핀테크 업체이기 때문에 그렇게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사답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가입자 99%가 변함없는 혜택을 누린다”는 토스뱅크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문장 자체는 사실에 부합하지만, 가입자 수라는 기준만으로 금리 변경의 파급력을 나타낸다면 현실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토스뱅크 본사 모습. 연합뉴스

◆"금리변경 자체는 법적 문제 없어...마케팅 수단으로 확산하면 문제 소지"

 

이런 금리 변경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금융당국은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익한 금융감독원 일반은행 검사국 6팀 수석은 “요구불성 예금이어서 약관에 따라 공시한 기준으로 금리를 조정할 수 있다”며 “금리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항이라 당국이 직접 개입할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사실 수시입출금 통장의 금리를 변경한다고 고객이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금리에 불만을 가진 고객은 언제든지 자유롭게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등 자신에게 유리한 타 은행 상품으로 옮겨갈 수 있다.

 

하지만 금리가 변경될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이전에 가입한 예금을 중도 해지해 토스뱅크 통장에 가입한 고객도 있어, 소비자 피해가 없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토스뱅크도 2% 금리를 바라고 ‘영끌’한 고객이 많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재로써는 토스뱅크 사례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반복된다면 소비자 불만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시입출금 통장에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겠다며 소비자를 모은 뒤 금리를 내려버리는 조치가 은행권의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경우, 소비자들의 문제의식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당국에 더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면 당국이 다른 판단을 내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토스뱅크의 금리 변경 이후 OK저축은행도 비슷한 조처를 한 바 있다. OK저축은행도 이달 초 수시입출금 통장인 OK파킹대박통장 금리를 5억원 이하 금액에 대해서는 연 2%로, 5억원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연 1.5%로 인상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다음달부터는 2억원 이하 금액에 연 1.3%, 2억원 초과 금액에는 연 0.3%로 금리를 적용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OK저축은행 또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인한 영업 부진을 이유로 들었다.


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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