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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아바타’ 조용원, 권력 핵심… 김여정, 장기 실세로 군림 [한반도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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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22 07:00:00 수정 : 2021-12-22 02: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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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수행으로 본 北 수뇌부 서열

조, 김정은 공개활동 거의 모두 동행
올들어 ‘막강 권한’ 당 조직비서 올라

김여정, 당 정치국 위원급 자리매김
향후 대남·대미활동 전면에 나설 듯

포병 출신 박정천, 軍 서열 1위 부상
대포·미사일 중심 전력 강화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친 사망 이후 지난 10년 동안 집권체제 공고화에 나선 가운데 그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실세는 명실상부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1인자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다음 실세들의 순위를 명확하게 매기기는 쉽지 않다. 김정은의 친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을 최고 실세로 꼽기도 하지만, 이들의 행보나 직책 등을 보면 2인자라고 할 수는 있어도 실세라고 보기 어려울 때가 많다. 올해 김 위원장의 공개행보를 보면 유독 함께 노출되는 북한 수뇌부가 존재한다. 김 위원장을 포함한 김씨 일가 지근거리에서 자주 노출되는 인물이 곧 북한의 실세라는 점에서 이들이 한반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김정은의 남자 조용원과 백두혈통 김여정

21일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의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 보도는 72차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49차례에 비해 크게 늘었다. 김 위원장이 공개활동을 할 때마다 함께 움직이는 수뇌부 중 가장 많이 노출된 인물은 조용원 당 조직비서, 박정천 당 군사비서 등이 꼽혔다. 또한 이들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국무위원회 소속이기도 하다.

정치국 상무위원은 북한 권력서열 1∼5위를 아우르는 직책으로, 현재 김 위원장을 비롯해 최룡해 상임위원장, 조용원 조직비서, 김덕훈 내각총리, 박정천 군사비서로 구성돼 있다. 국무위원회는 김정은 시대 들어 김정일의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신설된 최고 정책지도 기관으로, 경제·사회 등 내치와 외교·안보·통일을 아우르는 초법적 정책결정 기구의 성격을 가진다.

조용원(왼쪽부터), 김덕훈, 김여정

올해 김 위원장의 공개행보에 거의 모두 동행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조용원이다. 지난 17일 김 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0주기를 맞아 중앙추모대회를 가졌을 때도, 조용원은 주석단에 올라 지근거리에 위치했다. 조용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당 제1부부장에 불과했지만 올해 1월에 개최된 제8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당의 핵심비서인 조직비서로 선출됐다. 그가 몸 담은 조직지도부는 외형상 노동당 산하 18개 전문부서 중 하나에 지나지 않으나 당 인사권과 정책권, 검열권을 가지면서 역할과 권한은 ‘당 속의 당’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하다.

하지만 조용원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나 장기적으로 권력을 휘두를 가능성은 의외로 적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따른다. 전문가들은 조용원의 캐릭터가 김 위원장 ‘아바타’라는 한계성을 꼽았다. 김정은은 김일성의 황장엽이나, 김정일의 장성택처럼 독자적인 세력을 지닌 ‘2인자’ 정치를 꺼리고, 자신의 의중을 전달하는 측근정치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용원이 올해 갑작스럽게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것도 김 위원장 의중으로 보여진다. 김 위원장의 대남 정책이 달라지지 않는 한, 조용원이 먼저 나서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적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김정은의 마음이 바뀌면 조용원은 언제든 이른바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될 수 있다”고 평한 바 있다.

반면 대남 정책을 주도하는 김여정은 장기적인 실세로 군림할 가능성이 높다. 김여정은 올 1월 당 부부장으로 강등되고 정치국 후보위원에도 탈락했지만, 당시에도 직책에 관계없이 모든 분야에 관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이 같은 이유는 김 위원장의 동복동생으로서 ‘백두혈통’이라는 후광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김여정은 직책 강등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이후 여러 차례 자신 명의의 대남 담화문을 발표하고 대남 사업을 총괄했다. 지난 9월에는 강등된 지 8개월 만에 국무위원에 선출되면서 건재함을 알렸다. 또 김여정은 김정일 사망 10주기 행사 때 14번째로 호명됐다. 호명이 권력 서열 순이라는 점에서 김여정 서열이 당 정치국 위원 또는 후보위원 급으로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김여정이 남측의 대통령선거 등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향후 대남·대미 활동 전면에 나설 것임을 보여준다.

박정천(왼쪽), 림광일

◆군부 서열 1위 박정천과 ‘목함지뢰’ 림광일

당에 조용원이 있다면 군에는 박정천이 실세로 꼽힌다. 박정천은 2019년 9월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북한군 총참모장에 임명된 이후 2020년 5월 군 총정치국장인 김수길을 제치로 차수로 진급했다. 차수로 진급한 이후 5개월만인 지난해 10월 북한군 원수로 진급했지만, 올 6월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책임으로 차수로 강등됐다.

차수 강등 닷새 만에 그는 북한 당 상무위원으로 승진하면서 오히려 군 서열 1위로 부상했다. 이번 상무위원 승진은 박정천의 차수 강등 당시 함께 상무위원에서 해임된 리병철의 자리를 채운 셈이다. 일반 군단을 지휘하지 않은 포병 출신인 박정천이 다른 군단장을 모두 제치고 총참모장에 이어 군 서열 1위인 군 담당 상무위원이 된 사례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정천이 김정은 지근거리에 항상 위치했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래 대포나 미사일 등 ‘발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2004년에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포병과에 입학해 졸업을 했고 당시 교관은 박정천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에도 포사격이나 미사일 시험발사에 자주 등장했고, 그 옆에는 포병 출신인 박정천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김 위원장이 박정천을 신임하는 이유로는 그가 윈하는 대로 무기를 제작해오는 데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성향을 비춰 볼 때 북한군 기조가 대포와 미사일을 중심으로 강화될 것을 시사한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운용 조직은 전략군이지만, 박정천이 이들 시험발사에 참관하는 등 연관선상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정천이 북한 ICBM과 SLBM 개발에 관여한 리병철 후임이라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9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때 박정천이 지도했다고 북한 매체가 전하는 등 박정천의 행보는 리병철이 맡았던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정철이 거쳐간 북한군 총참모장에 림광일 대장이 임명된 것도 주목할 점이다. 림광일은 지난 2015년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당시 제2전투훈련국장으로 매설 작전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게다가 림광일은 직전에 대남 공장을 총괄하는 정찰총국장을 맡는 등 남쪽을 향한 칼끝 같은 존재다. 박정천이 모종의 이유로 실각할 경우 림광일이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정천과 림광일로 이어지는 북한군 기조는 향후 ‘온건’보다 ‘강경‘으로 갈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앞으로도 무기체계 시험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1월 8차 당대회 때 김정은이 직접 지시한 제도화된 계획이므로 지속성을 담보한다”며 “베이징 올림픽을 감안하여 연말 전까지 발사하고, 기간 중에는 자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도 말했다.

◆혁명세대 상징 최룡해, 실권 없는 ‘무늬만 2인자’

 

북한 주요 인물 중에 빼놓을 없는 사람이 최룡해(사진)다. 21일 북한 전문가 등에 따르면 최룡해는 지난 2019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으면서 직책상으론 김정은 다음가는 북한 2인자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실권 없이 주요 행사에 팔려다니는 ‘얼굴마담’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얼굴마담’ 근거엔 상임위원장이 인사권과 경제권, 군사권 가운데 아무런 권한이 없는 자리인 데다가, 전임 상임위원장인 김영남이 재직 21년 동안 북한 내외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 점이 근거로 꼽힌다. 일례로 올해 최룡해는 열병식과 최근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0주기 추모대회 등에 얼굴은 비쳤지만, 대내외에 이렇다 할 영향력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룡해에게 권한을 주지 않진 않지만, 원로 예우와 정권 안정 차원으로 상임위원장과 당 상무위원을 맡기며 내세우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룡해가 김일성 주석의 절친이었던 최현의 아들로 ‘혁명세대’의 상징이라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 위원장은 항일 빨치산으로 불리는 혁명세대에 부채 의식을 느끼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가장 먼저 주로 혁명세대에게 돌아갔던 북한군 원수 계급을 사실상 활용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김일성·김정은 시대만 해도 혁명세대의 상징으로 꼽히는 오진우, 최광, 리을설을 원수 계급으로 올렸다. 특히 오진우의 경우에는 김일성 시대에 3인자 격으로 군림할 정도로 위세를 자랑했다.

 

이와 달리, 김 위원장은 일선에서 물러난 데다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현철해를 원수 계급에 앉혀 놓으면서 사실상 원수 계급을 비워놓는 등 혁명세대와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수식어로 김일성·김정은 때와 같이 ‘위대한’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김일성에서 이어진 혁명세대 정치가 아닌, ‘김정은주의’라는 독자적인 노선을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김 위원장에게 ‘위대한’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을 포함해 북한 매체가 김일성·김정일에게 한정했던 수령 호칭을 김정일에게 부여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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