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어제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3.7%에 달했다. 2011년 12월(4.2%) 이후 최고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이 10월(3.2%)에 이어 두 달째 3%대를 기록한 것도 2012년 1월과 2월 이후 처음이다. 기름값과 서비스 가격,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석유류는 35.5% 상승해 2008년 7월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는 3.0% 올라 2012년 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농축수산물도 기온 급락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상승률이 7.6%에 달했다. 서민 체감물가와 직결되는 생활물가지수는 5.2% 올랐다. 2011년 8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서민 장바구니가 더욱 가벼워졌을 것이다.
통계청은 “국제유가나 곡물·원자재 가격 추이를 볼 때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12월 물가도 상당폭의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2월에는 국제유가 상승세 진정 등으로 물가 상승 폭이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과 차이가 크다. 물가 관리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이 우려된다.
1∼11월 물가 상승률은 2.3%다. 정부의 ‘연간 2.0% 이내’ 물가 관리 목표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월 전망 수준(2.3%)을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제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2%에서 2.4%로 상향 조정했다. 물가 상승의 피해는 서민에 크게 나타난다. 한은이 어제 발표한 3분기 국민소득에 따르면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 분기 대비 0.7% 감소했다. 물가 상승은 가벼워진 지갑 두께를 더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 물가 상승으로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도 늘어난다. 국민의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지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부터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분야별 물가 부처 책임제 도입, 지자체 물가상황실 가동 등의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런 두루뭉술한 조치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서민에게 희망을 주려면 물가 관리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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