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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기회 주면 변화… 소년법 개정 필요”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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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14 21:02:32 수정 : 2021-11-14 21: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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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덕수 현지현 변호사

소년범들 대부분 결손가정 출신
처벌보다 환경 변화·교육 중요

‘화해권고제도’ 적극적으로 활용
피해자 회복·가해자 반성 도움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 법무법인 덕수 사무실에서 현지현 변호사가 소년범죄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화해와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소년법은 성인과 소년은 다르다는 전제에서 탄생했다. 성장하고 있는 단계인 만큼 합리적 판단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환경 변화나 교화를 통해 품행이 바뀔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소년범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처벌이나 보호처분을 내리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수많은 소년범을 만나온 현지현 변호사 역시 소년의 이런 변화 가능성을 믿는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덕수 사무실에서 만난 현 변호사는 “아이는 (성인과 달리) 기회가 주어지면 반드시 변화한다. 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 변호사가 소년범을 처음 만난 것은 수습변호사 시절이었다. 로스쿨에서 ‘평화적 갈등 해결을 지향하는 법조인들의 모임’(평지)을 만들기도 했던 그는 처벌보다는 피해 회복에 초점을 둔 ‘회복적 사법’을 구현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던 중 서울소년원장으로 재직하던 한영선 경기대 교수(경찰행정학)의 권유로 소년원 아이들을 만나게 됐다. ‘소년원에서 벌어지는 갈등 상황에 회복적 대화 모임을 하자’는 제안이었다.

소년원 안에서 만난 아이와 대화를 할 때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묻는다. 누구와 같이 살고, 누구와 친한지를 물으면 대부분은 낯설어했다.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결손가정인 경우만 아니라 부모가 생계유지에 바쁘거나, 투병 중인 가족 구성원이 있는 경우 특히 그랬다.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옳고 그름에 관해 얘기해주고, 가치관 형성에 도움을 주는 어른의 역할이 충분하지 않았어요.”

현 변호사는 아이가 생긴 뒤 깨달은 바가 있다. 한 명의 사람이 올바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수백번의 반복적인 가르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소년범들의 충격적인 범죄가 잇따르면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그도 잘 안다. 다만 소년을 보호하고 다시 교육하는 것이 처벌보다 중요하다는 게 그의 확신이다. 소년이 사회와 단절돼 교육받을 시기를 놓치면 그 부담은 결국 사회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돌아온다. 아울러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피해자 보호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현 변호사는 “흉악범죄가 발생하면 분노를 해소할 통로는 엄벌주의밖에 없다”며 “이런 분노가 피해자를 돕는 선한 마음으로 바뀌어 제도를 변화할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현 변호사는 특히 소년법에 ‘회복적 사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현행 소년법에도 규정된 ‘화해권고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소년법상 화해 절차는 판사 재량에 달려 있는데 이를 강제 규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2차 피해 등의 우려는 피해자가 출석을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가해자에게 ‘직접’ 말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 피해자가 피해를 규정하고 피해 회복을 요구하는 주체로 등장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응보적 사법에서 형사사법절차는 국가와 가해자 사이의 일로 국한돼 피해자가 배제된다. 현 변호사는 “피해를 직접 설명해 가해자의 반성을 이끌고 보복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피해자는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피해자가 회복되고 가해자가 반성하도록 하는 것은 안전하게 살고 싶은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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