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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 면학 분위기 조성” vs “과도한 조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 2021-11-05 12:00:00 수정 : 2021-11-05 11: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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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시정 권고에 반응 엇갈려

“몰래 휴대전화 보는 학생들과 갈등”… 일부 교사들 반대
일각선 “학생 이전에 권리 가진 인간… 전면 금지는 과도”

전문가 “청소년 미성숙해서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 무책임”
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학생의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한 고등학교에 시정을 권고하자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학생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인권위는 지난 3일 A고등학교에 일과시간 동안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한 규정은 “기본권 침해”라며 개정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휴대전화 사용 제한의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휴식시간까지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학생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행위”라며 “수업시간 중에만 사용을 제한하고 휴식시간에는 사용을 허용하는 등 학생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교육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인권위의 이같은 판단에 일각에서는 휴대전화 사용을 부분적으로 학생 자율에 맡기면 면학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제하지 못하고 휴식시간뿐만 아니라 수업시간에도 휴대전화를 사용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30년 경력의 고등학교 교사 강모씨는 “(학생들의) 자율에 맡기면 미성숙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안 쓰기는 힘들다”며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서모(56)씨는 “학생들의 휴대전화 소지와 사용을 모두 반대한다. 자제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나이고, 실제로 자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지는 허용하되 사용은 금지한 학교에서 근무할 때 몰래 휴대전화를 보거나 수업 중에 문자를 하다가 걸린 학생들과 갈등을 겪은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이제는 생활필수품이 된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학생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한 교육대학교(교대) 학생 조모(25)씨는 “학생이기 이전에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가진 인간”이라며 “학생들에게 휴대전화는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데 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짚었다. 

사진=연합뉴스

학교가 규정을 통해 학생들을 통제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대 재학생 박모(24)씨는 “학교는 지식만 얻는 공간이 아니라 생활지도가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라며 “학교 규정으로 (이를 어길 시) 불이익을 주는 등 학생을 통제할 것이 아니라 교사의 지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정모(25)씨는 “어떤 규칙인지보다 규칙을 정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며 “전교회의나 학급회의에서 학생들 스스로 충분히 생각한 후에 함께 규칙을 만들고, 여기에 책임을 지는 민주적인 방식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인권위도 이번 판단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소지·사용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이유로 학교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기보다는 공동체 내에서 토론을 통해 규율을 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본인의 욕구와 행동을 통제·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2017년 결정문의 판단 근거를 재인용했다. 

 

당시 인권위는 조례시간에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해 종례시간에 돌려주는 규정을 개정할 것을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권고했다. 

 

장은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벌점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학생들을 통제하는 것은 학교가 교육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가르치고 설득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더 나은 행동을 하도록 이끄는 게 교육의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소년들은 미성숙해서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편견에서 나온 것일 뿐만 아니라 무책임하다”라고 꼬집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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