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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건설 노동자 추락사고’…2년이 지나도 진상규명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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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0-27 11:52:26 수정 : 2021-10-27 11: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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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등 故정순규 씨 2주기 추모 및 ’항소심 엄중 처벌 촉구’
“사망사고 후 2년 지나도 진상 규명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부산지법, 사고 관계자에 ‘솜방망이’ 처벌…檢 항소장 제출”
“법원, 檢 항소에도 4개월 지나도록 재판기일은 ‘묵묵부답’”
“내년 1월 시행 중대재해법 ‘누더기’…제대로 제정토록 촉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는 27일 부산고등법원 정문 앞에서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故 정순규님 사망사건 2주기 추모 및 항소심 엄중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고 정순규씨 유족 정석채 씨 제공.

 

지난 2019년 10월 말 부산 경동건설의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작업 중 추락해 숨진 고(故) 정순규 씨 유족들과 노동계가 정씨를 추모하는 한편 사고 발생 2년이 지나도록 사고와 관련된 현장 관계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법부에 엄중 처벌을 거듭 촉구했다. 

 

특히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이 제외되는 등 당초 원안보다 부족한 법안이 됐다며 더 이상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안을 제대로 제정하라고 주장했다. 

 

정씨의 유족과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부산운동본부(이하 정씨의 유족과 본부)는 27일 오전 10시 30분 부산고등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9년 10월30일 경동건설이 시공하는 부산 남구 문현동 리인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던 정씨가 추락해 사망했다”며 “하지만 고인의 사망 후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정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은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고(故) 정순규 씨의 유족인 아들 정석채 씨(왼쪽에서 두번째)가 27일 부산고등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 정순규씨 유족 정석채 씨 제공.

 

이어 “사건 조사 과정에서부터 경동건설을 비롯해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지방경찰청 등이 각자 재해발생 원인을 다르게 이야기했지만, 검찰은 부산지방노동청과 경동건설의 의견을 바탕으로 기소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에 따라 부실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심 재판이 이뤄졌고, 재판부는 정씨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의 재발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을 선고했다”면서 “2년 동안 유가족들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세상에 알리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며 고군분투했지만, 노동부와 재판부는 재해 발생 원인의 본질을 흐리며 솜방망이 처분을 했다”라고 성토했다.

 

정씨의 유족과 본부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 4단독(서근찬판사)는 지난 6월16일 열린 1심에서 경동건설과 하청업체인 JM건설 현장소장에게 각각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 경동건설 안전 관리자에게 징역 4개월과 집행유예 1년, 원하청 법인은 벌금 1000만원을 처분해 구형보다 훨씬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정씨의 유족과 본부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검찰에 항소를 촉구했고, 검찰은 지난 6월22일  항소장을 제출했으며, 7월9일 항소심이 접수됐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첫 재판 기일이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는 27일 부산고등법원 정문 앞에서 '경동건설 하청노동자 故 정순규님 사망사건 2주기 추모 및 '항소심 엄중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고 정순규씨 유족 정석채 씨 제공.

 

또한 정씨의 유족과 본부는 국회에서 누더기로 통과된 중대재해법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은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법령 점검의 민간위탁 허용 ▲직업성 질병을 급성 중독으로 축소 ▲건설현장은 건설산업 특성상 공사기간·공사비 등 해당 건설공사에 있어 권한 있는 발주처 처벌 제외 ▲중대재해 비중이 가장 많은 50억 미만 소규모 건설공사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 처벌 적용 유예 등 이 주 내용이다. 

 

정씨의 유족과 본부는 “(이러한 누더기 법안으로는)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막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법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산재 사망사고 피해자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중대재해법을 제대로 제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씨의 아들인 정석채 씨를 비롯해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김용균 씨 어머님 김미숙 씨, 수원의 한 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고 김태규 씨 어머니 신현숙 씨와 누나 김도현 씨, 현장실습 중 사망한 고 김동준 군 어머니 강석경 씨 등이 참석했다.

 

또한 평택항에서 숨진 고 이선호 군 아버님 이재훈 씨, LG유플러스 콜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고 홍수연 양 아버님 홍순성 씨 등도 함께 자리했다.

 

고(故) 정순규 씨의 영정사진. 고 정순규씨 유족 정석채 씨 제공.

 

한편, 정씨는 지난 2019년 10월30일 오후 1시경 경동건설이 시공하는 부산 남구 문현동 소재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JM건설의 하청노동자로 일하던 중 추락해 사망했다.

 

정씨는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된 임시 가설물인 ‘비계’에 올라 옹벽에 박힌 철심 제거작업을 하던 도중 추락했다. 

 

정씨는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머리와 목을 심하게 다쳐 끝내 숨을 거뒀다. 당시 정씨는 안전모를 썼음에도 두개골 골절로 인한 산소공급 부족으로 뇌사 판정을 받았고, 이튿날 사망했다.

 

정씨의 유족과 본부는 정씨의 사망사고가 경동건설측의 허술한 안전관리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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