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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찰 ‘피해자 중심 사고’로 전환해야”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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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9-26 22:00:00 수정 : 2021-09-26 21: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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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심보영 피해자보호기획계장

韓 경찰 ‘피해자보호 전담체계’
전담인력 밀착 관리 등 차별화
심리적 지원·형사절차 과정 도와
IACP 첫 기관 단위 수상 영예

“지속 성과 위한 홍보·교육 절실
피해자 보호·회복 관심 키워야”
경찰청 심보영 피해자보호기획계장이 23일 한국 경찰의 피해자 보호·지원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올해 우리 경찰이 ‘피해자 보호 중심 수사’로 경찰 수사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노력 중인데, 이번 수상으로 의미 있는 평가가 이뤄진 것 같아요.”

경찰청 심보영 피해자보호기획계장은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한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 경찰이 수상한 국제경찰장협회(IACP) 피해자보호 부문 리더십 상에 대해 “경찰청이 IACP로부터 기관 단위로 상을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그 가치가 더욱 크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본부를 둔 IACP는 현재 165개국 회원 3만1000여명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 국제 치안 협의체다. 매년 콘퍼런스 행사를 열어 ‘피해자 보호’를 포함한 15개 부문에 걸쳐 탁월한 업적이 있는 경찰기관·경찰관에게 리더십 상을 수여한다. 한국 경찰은 이달 11∼14일 온라인으로 열린 이 행사에서 피해자 보호 부문 수상기관에 선정됐다.

올해 1월 경찰청은 ‘국민과의 약속’을 발표하면서 “피해자 보호·피해 회복을 최우선 책무로 인식하겠다”고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강화된 경찰 수사권이 “시민의 지지와 협력 속에 공감받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번 IACP 리더십 상 수상은 이런 한국 경찰의 변화가 거둔 성과라는 게 심 계장의 설명이다.

2019년부터 3년째 경찰청에서 피해자 보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우리 경찰이 다른 나라와 다르게, 전국 경찰관서에 피해자 보호 전담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어 IACP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각 경찰서에 배치된 피해자 전담 경찰관이 강력범죄 발생 시 피해자에게 밀착해 심리적으로 지원하고 형사절차 참여를 돕고 있다.

이런 전담체계 위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제도가 바로 회복적 경찰활동과 범죄피해 평가다. 심 계장은 “회복적 경찰활동은 학교폭력·가정폭력이나 층간소음과 같은 이웃 간 분쟁 등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와 피해자가 원하는 경우 서로 충분히 대화할 기회를 제공해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도록 돕는 제도”라며 “경찰청은 회복적 대화 전문기관과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전담경찰관을 교육해 전국적으로 회복적 경찰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9년 15개 경찰서 시범 운영으로 시작한 회복적 경찰활동은 현재 200개 경찰서까지 확대돼 운영 중이다. 실적도 지난해 573건, 올해 1∼8월 911건으로 급증세다.

범죄피해 평가의 경우 범죄 피해자의 목소리가 형사절차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경찰이 한국법심리학회와 협업해 피해자에 대한 심리검사 내용과 신체·재산·정신적 피해 등을 보고서로 작성해 수사서류에 첨부하는 식이다. 심 계장은 “강력범죄나 여성대상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재판 단계에서 자신의 피해 내용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범죄피해 평가는 형사절차가 조금이나마 피해자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범죄피해 평가 건수는 지난해 988건 수준이던 데서 올해 1∼8월 1144건으로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다만 이런 ‘양적 확대’만이, 피해자 보호 부문에서 한국 경찰이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고 심 계장은 덧붙였다. 경찰 주도로 피해자 보호·지원의 ‘질적 제고’를 도모한 게 한국 경찰의 강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피해자 보호·지원에 신경 쓰는 영국·미국·일본 등 같은 나라들은 보통 경찰이 민간단체에 범죄피해자를 연계해 지원을 받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도 민간단체에 연계하는 방식은 비슷하나, 심리학 전공자로 채용된 피해자 전담 경찰관이 범죄발생 직후부터 피해자에게 밀착해 전문적 관리를 시작하는 게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찰은 매년 심리학 전공자 중 30∼40명 규모를 채용해 피해자 전담 경찰관으로 배치하고 있다.

심 계장은 이런 성과가 앞으로 대다수 국민이 체감하는 데까지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경찰관 개개인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보호·지원 담당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경찰관이 본인 업무를 ‘피해자 중심’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분명 특정 제도·사업 추진도 필요하고 중요한 부분이죠.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려면 모든 경찰관이 사건을 다룰 때 피해자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고, 피해자 보호와 회복에 관심을 갖는 인식 전환이 꼭 필요하죠. 결국 이는 꾸준한 홍보와 교육으로 차차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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