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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출산율정책이냐 외국인정책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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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04 23:10:42 수정 : 2021-08-04 23: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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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 2020년 출생아의 숫자가 사망자의 숫자보다 적어서 인구 데드 크로스 현상이 발생했다. 이제부터는 인구절벽이 시작되는 것이다. 감소하는 인구로 살아갈 방안을 찾거나 젊은 인구를 충원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인구절벽을 막기 위해 우리는 다음 두 가지 선택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는 데 교육비가 많이 든다고 해서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강화해 왔다. 고등학교까지 학비를 무료로 하고 대학 등록금을 동결시키고 국가장학금제도를 마련했지만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았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고 누리사업도 실시하지만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았다. 어린이보호구역을 만들고 소위 민식이법을 적용하고 아동친화도시를 지정했지만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았다. 아마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가임기 여성을 표시해 출산지도를 만들었지만 여성들은 아이를 낳지 않았다.

조형숙 서원대 교수·다문화 이중언어 교육학

나는 여성들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극에서도 중전마마와 후궁들이 서로 아이를 낳으려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지 않은가? 아들을 낳으면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탄탄해지기 때문이다. 그녀들도 목숨 걸고 아이를 낳고 힘들게 아이를 키운다.

본래 아이 키우는 것은 힘이 든다. 그런데 학교에 다니는 것도 힘들고 직장을 잡고 회사에 다니는 것도 힘이 든다. 그래도 대개는 학교에 다니고 학위를 받고 역량을 키운다. 좋은 대학이면 사는 데 더욱 도움이 된다. 회사에 다니는 게 힘들지만 월급도 받고 승진도 하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마련하고 그게 사는 데 도움이 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다는 말이다.

내가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울 때를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아들을 낳으니 시댁 어른들이 기뻐했다. 나는 시어머니에게서 보석도 받았다. 시누이들도 너무 좋아했고 첫아들을 낳았다고 나를 더 예뻐했다. 나(혹은 우리 부부)는 가족에게 ‘인정’을 받았다. 임신과 육아 기간 나의 고과는 S, A, B, C등급 중에서 거의 예외 없이 C를 받았고 성과급도 바닥이었다.

회사 일이 힘들어도 사람들은 취직하고 싶어한다. 월급을 받고 성과급을 받고 승진을 할 수 있으니 사람들은 힘들어도 열심히 일한다. 인정을 받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월급을 더 주고 인센티브를 주고 승진을 시켜주어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을 마이너스시키는 데 집중하기보다 지금의 젊은이들 입장에서 ‘인정받고 싶은 영역’에서 플러스 무언가를 주어야 한다. 지하철 임산부 좌석, 육아휴직, 탄력근무제와 같은 마이너스 정책을 아무리 많이 써도 출산율 증가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다. 고통을 덜어주는 정책만으로 여성들이 아이를 많이 낳을 것 같지는 않다.

채용 가산점, 특별 채용, 정규직 전환, 성과급, 승진, 노후연금과 같은 플러스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쉽지 않은 이야기다. 그렇다면 젊은 인구를 충원시킬 방안은 국제이주를 통한 외국인 주민의 유입밖에 없다. 인구절벽의 시작점에서 두 갈래 길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조형숙 서원대 교수, 다문화 이중언어 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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