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까지 28만호 노후주택으로
재건축 사업성 낮고 인허가 어렵자
심의 간소한 리모델링으로 눈 돌려
정부·지자체 지원도 갈수록 늘어나
건설업체, 시장 선점 움직임 본격화
업계선 “물량 증가… 미리 준비해야”

그동안 신축 아파트 시장에 집중했던 대형 건설사들이 속속 리모델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은 리모델링이 아파트 신축보다 수익성 등이 저조하지만 수도권 1기 신도시 발주물량 증가와 규제 완화 등이 이어질 경우 건설사에 든든한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의 노후화와 재건축 규제 강화 등의 여파로 리모델링이 주목받고 있다. 1기 신도시는 분당과 일산, 평촌, 산본, 중동에서 올해부터 2026년까지 28만호에 달하는 주택이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으로 편입될 전망이다.
또한 이들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용적률이 낮아 사업성이 낮고, 노후도·연한 등이 재건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다. 특히나 현 정부에서 재건축은 강력한 규제 대상이라 인허가를 얻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상대적으로 건축심의 절차가 간소하고, 이 과정에서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개발을 통해 얻은 이익을 일부 부담금으로 토해내는 초과이익환수제 대상이 아니며, 재건축처럼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이나 실거주 의무도 없다. 리모델링 이주비와 추가분담금 대출이 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적용 대상이란 점은 주의해야 한다.
증가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리모델링 활성화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특위에서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 추진 계획을 확정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부족한 수도권의 신규주택 공급을 충당하려는 계산이다.

관련 지자체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리모델링을 지원한다. 경기도는 리모델링 시범단지를 선정해 리모델링 방안, 사업성 분석, 세대별 분담금 산정 등의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도와 해당 기초단체가 각각 절반씩 비용을 부담한다. 분당과 일산을 끼고 있는 성남·고양시는 기금을 조성해 리모델링 사업 단지에 대한 금융지원을 추진한다. 이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1기 신도시 자치단체는 리모델링 지원을 위한 조례도 만들었다. 주민 호응도 높아 지난 2019년 경기연구원이 1기 신도시 자가 거주자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66.9%가 리모델링에 찬성했다.
건설업계의 리모델링 시장 선점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3월 주택건설사업본부에 리모델링 사업팀을 신설했다. 대우건설은 이번 달 말쯤 최초 리모델링 수주 단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2000년 업계 최초로 리모델링 전담팀을 출범한 이래 현재까지 전국에서 5개 단지 약 2조5000억원어치의 물량을 따냈다. 현재 쌍용건설은 산본신도시에서 차기 리모델링 사업 수주를 추진 중이다.
2달 전 리모델링 시장 복귀를 선언한 DL이앤씨(옛 대림산업)는 금세 누적 수주 1조원을 달성했다. DL이앤씨는 지난 5∼6월 3곳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는데 이 가운데 산본신도시 아파트 2곳이 포함됐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향후 발주물량이 계속 증가될 전망”이라며 “일반 재개발·재건축 물량 외에도 향후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수주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만 하고, 그러지 않으면 자칫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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