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땐 고소 대응 여지도 남겨
野 “언제든 국민 또 고소 엄포”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과 가족에 대한 인신모독성 전단을 뿌렸다는 이유로 고소했던 30대 남성에 대한 처벌의사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4일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국민을 모욕죄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져 거센 논란이 일자 결국 고소를 취하하기로 한 것이다.
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 대한 모욕죄 처벌의사를 철회할 것을 지시했다”며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으로서 모욕적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법상 모욕죄는 피해 당사자나 변호인이 아니면 고소를 할 수 없는 친고죄다. 현재 해당 남성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이어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본인과 가족들에 대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혐오스러운 표현도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용인해왔다"며 “하지만 이 사안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떠나 일본 극우 주간지의 표현을 무차별적으로 인용하는 등 국격과 국민의 명예, 남북관계 등 국가의 미래에 미치는 해악을 고려해 대응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남성이 뿌린 전단에는 ‘북조선의 개, 한국 대통령 문재인의 새빨간 정체’라는 문구가 적힌 일본 잡지의 한 면이 인쇄돼 있었다고 한다. 박 대변인은 “앞으로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정부의 신뢰를 의도적으로 훼손하거나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적어도 사실관계를 바로잡는다는 취지에서 신중하게 판단해 결정하겠다”는 말로 비슷한 사안에 또 다시 고소로 대응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야당에선 이를 두고 재차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황규환 상근부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애당초 하지 말았어야 할 고소를 취하하면서 새삼스레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하니, 대통령의 진심이라기보다는 비난 여론에 등 떠밀린 울며 겨자 먹기식 취하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대통령의 고소가 권력의 겁박으로 느껴져 고통과 불안의 시간을 보냈을 30대 청년에게 ‘미안했다’라는 말 한 마디는 왜 하지 못하나”라고 지적했다.
황 부대변인은 그러면서 “언제든 또 국민을 고소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았으니 오늘 고소 취하는 여전히 국민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언이요, ‘모욕죄 고소 2탄’의 예고편에 불과하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는 당연한 것이고, 국민의힘은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모든 행태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영·이도형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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