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래 건수의 2배 넘어서
집값 급등에 실수요자 차선 택해

서울에서 ‘빌라’로 불리는 다세대·연립주택의 거래량이 4개월 연속 아파트 거래량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매입을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의 매매 건수(신고일 기준)는 3481건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매매 건수(1665건)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거래량이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보다 2∼3배 정도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1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으로 역전현상이 벌어졌다.
지난 1월에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이 5883건으로 아파트 거래량(5771건)을 근소하게 앞질렀고, 2월에는 4422건 대 3854건으로 600건 넘게 차이가 났다. 3월에는 다세대·연립주택이 5056건 거래될 때 아파트는 3730건 팔리는 데 그쳐 격차가 1000건 이상으로 벌어졌고, 지난달에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이 아파트의 2배 이상을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아파트 매매가격이 워낙 가파르게 오른 데다 2·4 공급대책 등의 영향으로 사전청약 대기자가 늘면서 올해 들어서는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청약대기 수요가 임대차 시장으로 몰리면서 전세난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실수요자들이 신축빌라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4대책 이후 투자 목적으로 빌라를 구매하는 사례는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4대책 발표 이후 매입한 주택이 공공 재개발지구로 지정되더라도,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 내 집 마련의 사다리가 사라져 가니 무주택 실수요자 일부가 차선책으로 빌라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다세대·연립주택은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가 되면 아파트처럼 거래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