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일부 경찰관에게서 ‘일시적 반신 마비’ 등의 부작용 의심 사례가 나오자 경찰 내부에서 “백신 접종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백신 접종 후 반신마비가 온 경찰관에 대해 경찰 간부가 백신 연관성을 배제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지난주부터 경찰관들의 AZ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전날 경기남부경찰청과 전북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백신 접종 후 중태에 빠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김제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A(55) 경감은 지난달 28일 오전 9시 김제의 한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받은 뒤 반신 마비 증세가 나타났다.
A경감은 원광대학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그의 증세는 병원에 도착한 뒤에도 점점 심해져 혈전 용해 주사와 미세혈관 시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경기도에서는 AZ백신을 접종한 50대 여성 경찰관이 뇌출혈 의심 증상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았다.
B씨는 2차례의 수술 후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례와 관련 A씨는 처음 백신 부작용이 의심됐으나 증세와 백신 부작용이 특별한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B씨 사례는 백신 접종과의 연관성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A씨 상태와 관련 김제경찰서 고위 관계자는 “(백신으로 인한 이상 질환이면) 동맥에 혈전이 발생해야 하는데 환자는 (혈전이) 정맥에 생겼다”면서 “백신과 마비의 인과관계는 없다는 게 의료진의 소견”이라고 전해 “백신 이상 반응과 관련한 역학조사는 시작도 안 했는데 연관성이 완전히 배제됐다”는 우려가 경찰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4일 전북경찰청 직장협의회 관계자는 “어제 보도가 나간 이후 내부적으로 큰 동요가 있었다”며 “강요에 의해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 반응이 나오는 AZ백신을 접종받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안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북 외 일부 지역에서는 부서별로 접종률이 낮을 경우 관리자가 이를 거론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이는 사실상 강요라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일선 경찰관들은 보건 당국의 역학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일부 의료진의 소견을 토대로 백신과의 연관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며 불만을 성토했다.
경찰관들이 많이 이용하는 한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맞으라고 강요해놓고 잘못되면 각자 책임이다”, “권유는 했지만, 강요는 안 했다” 등 백신 접종에 따른 이상 반응이 각자의 책임이라는 식의 글이 줄을 이었다.

한편 백신 접종에 대한 경찰관들의 내부 불만은 처음이 아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26일 화상회의에 참석한 전국 시도경찰청장들에게 직원들이 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라고 지시하면서 지휘부가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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