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는 호주가 이번에는 중국 기업에 99년간 빌려주기로 했던 항구 임대 계약의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일각에서는 수년간 지속되어 온 양국의 갈등 관계에 긴장을 더하는 행보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지난 2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 등은 호주 국방부가 중국 재벌 예청이 소유한 랜드브릿지에 99년간 총 3억9000만달러(약 4380억원)에 다윈항을 장기 임대하기로 2015년에 맺었던 계약의 재검토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다윈항은 태평양에서 미국의 남부 작전항이었고,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말콤 턴불 호주 총리에게 계약 사실을 알리지 않은 데 대해 분노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중요한 곳으로 평가된다.
국방부는 2018년 제정된 주요 기반 시설 관련 법을 근거로 이곳 항구의 임대 계약을 도마에 올렸다고 한다.
호주는 지난해 외국인투자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외국인 투자 심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계약이라도 정부가 거래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조건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피터 더튼 호주 국방장관은 “호주 국방위원회가 국방부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고 현재 검토 중에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면 항구 소유권에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황이다.
다만, 아직 호주 국방부와 랜드브릿지 호주 사무소, 호주 주재 중국 대사관은 즉각적인 언급을 내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호주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견제할 전략으로 공을 들이는 ‘쿼드’(Quad/미국·인도·일본·호주의 비공식 안보 협의체)의 일원이며, 중국 국방부는 쿼드에 대해 “‘중국의 도전’을 구실로 패거리를 짓고, 공공연히 지역국가간 관계를 이간질한다”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혀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수년째 이어져온 양국의 갈등이 이번 사안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과 호주의 관계는 2018년 호주가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참여를 금지했을 때부터 악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호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국제 조사를 요구한 이후에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중국은 지난 1년간 호주산 석탄에서 소고기와 랍스터에 이르기까지 각종 수입 제한 조치를 쏟아내며 호주에 전방위적인 보복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갈등은 중국의 호주산 과일 수입 규제로도 최근에 확대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호주산 포도의 중국 통관마저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국은 수입 과일의 검역 조치를 이유로 댔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양국 관계 악화의 영향이라는 게 중론이라고 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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