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머루 와인제조 무주특산물로
당도 높고 항산화 작용 뛰어나
유니버시아드대회 만찬주로도
국내 최초로 와인 동굴 추진
술 빚던 곳 낭만 공간으로 조성

“산머루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에서 자생하는 포도입니다. 토종 포도죠. 당도와 산도가 높고 항산화 작용도 뛰어난 포도로, 일본에서는 ‘조선 산포도(朝鮮 山葡萄)’라고도 불립니다. 그런 우수한 우리 포도로 왜 와인을 만들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시작한 머루와인이 이제는 무주를 전국에 알리는 특산물이 됐죠.”
전북 무주 덕유와이너리의 이재국(61) 대표는 3일 인터뷰에서 토종 포도인 산머루로 와인을 빚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가 산머루 와인을 빚기 시작한 것은 와인 자체가 그닥 익숙지 않았던 1995년이었다. 와인이라고 하면 대부분 포도로 만든 술을 떠올렸고, 이때 사용되는 포도도 모두 외국 품종 포도였다.
“와인을, 그것도 산머루로 빚는다고 하니 주변에서 무척 말렸어요. 하지만 산머루는 어렸을 때부터 산에서 자주 따 먹었던 포도이고, 예로부터 선조들이 술로 담가 마셨을 정도로 몸에 좋기 때문에 와인으로 양조해 더 많이 알리고 싶었어요.”
주변의 만류에도 이 대표는 뚝심 있게 산머루 와인을 추진했고, 지금은 무주를 알리는 특산품이 됐다. 산머루로 와인을 빚는 곳도 덕유와이너리를 포함해 무주군에서만 6곳으로 늘었다.
이 대표의 와인은 이제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1997년 한국을 방문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그의 와인을 사 갔고, 같은 해 열린 무주·전주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만찬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국내 최초로 와인 동굴을 추진했다. 바로 무주 머루와인동굴이다.
“머루와인동굴은 무주양수발전소 건설 때 굴착 작업용 터널로 사용하던 곳인데, 발전소 건설 이후에는 버려졌었죠. 빛을 차단하고 일정한 온도가 유지돼 와인동굴로 사용하자고 무주군에 제의했고, 2008년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와인동굴로 문을 열었어요.”
입장료를 내면 와인을 무료로 시음할 수 있는 머루와인동굴 방문객은 한 해 평균 20만명. 머루 줄기와 열매를 표현한 조명과 다양한 트릭아트 등 볼거리가 가득해 애주가들뿐 아니라 가족 단위 관광객도 많다.
이 대표는 술을 빚기만 했던 와이너리 공간 변화에도 눈을 돌렸다. 와이너리 건물을 새로 짓고 술만 빚던 공간을 체험과 낭만의 공간으로 바꿀 계획이다.

“(와이너리에는) 와인 카페를 만들어 와인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와인 족욕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합니다. 산머루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도 준비 중입니다. 지금까지 계속해온 도전과 변화를 앞으로도 계속하겠습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