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페미니즘 관련 논쟁을 펼쳐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TV 토론회에서도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4·7 재보선에서 나온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한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을 ‘안티 페미니즘’ 표출로 보며, 진 전 교수는 그러한 이 전 최고위원의 해석은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오로지 당내 입지를 위한 개인의 이데올로기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2일 오후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서 방송된 ‘MZ세대 정치를 말한다’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젠더 갈등 부추기기가 재보선 완패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과 2018년 이수역 주점 폭행 사건을 언급하고, 개별 형사사건에 정부가 젠더프레임을 붙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수역 폭행사건은 경찰이 ‘쌍방 폭행’으로 결론 내리면서 마무리됐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수역 사건이 벌어졌을 때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는데, (당시 청원인은)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두 명은 남자 5명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선동했다”며 “거기에 3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서 경찰이 수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거기에 대해 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국회에서 경찰청장에게 ‘여성이 수사를 받는데 불편한 게 있는지 살펴보라’는 이야기를 했고, 정의당에서도 김종민 서울시당위원장이 ‘가해자는 당연히 남성 아니겠느냐’고 했다”며 “정당이나 정부에서 형사사건을 다루는데 젠더프레임을 작동한 게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는 김 의원이 2018년 11월15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폭행 사건에 연루된 여성과 관련, ‘수사 과정에서 피해 여성 측을 분노하게 한 요인은 없었는지 자세히 살펴달라’고 말한 데 따른 반응으로 보인다. 김 서울시당위원장도 비슷한 시기에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 전 최고위원과 토론을 벌이며, 쌍방폭행으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가해자는 당연히 남성’이라고 말했었다.
이 같은 주장에 진 전 교수는 “사소한 것들을 놓고 일반화된 결론으로 나간다면 ‘이대남’은 환호할지 모르나 ‘선동적 어법’이다”라고 받아쳤다. 재·보선만 놓고 보면 이대남의 표심이 움직인 원인으로 ‘젠더 이슈’를 지목한 분석이 없고, 이 전 최고위원의 개인적인 이데올로기가 작용했다고 믿는다면서, 오 시장의 당선이 자신의 공이라고 이 전 최고위원이 강조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거다.
이에 이 전 최고위원이 ‘20대에서는 성(性) 갈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자, 진 전 교수는 “이번 선거에 (젠더 이슈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지난해 12월에 40%였고 지금은 20%인데, 만약 정부의 페미니즘 정책이 문제라면 예전부터 (지지율이) 빠져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공정 이슈와 부동산·가상화폐 이슈 등이 현 정권 지지율을 움직인 이유로 생각해야 한다면서, 거듭 이 전 최고위원의 언행은 사회적 이슈 왜곡을 통한 젊은 세대 선동이라는 게 진 전 교수의 주장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그는 “이준석씨가 보여주는 이런 태도 때문에 민주당의 기본정책은 찬성하니까, 성추행은 개별 인사의 문제로 생각하는 게 많았던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토론회에 나온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젠더평등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안전의 문제”라는 말과 함께 펼친 “2019년 경찰 통계를 보면 30세 이하 강간 피해자 남성은 19명이고 여성은 175배에 달하는 3338명이다. 동등한 시민으로서 안전을 요구하는 게 어째서 과도한 요구가 되느냐”는 주장도 맞받았다.
이 전 최고위원은 “성폭행 범죄 수치는 줄여야 하고 남성 가해자가 많은 것도 인정하고 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최근 살인 등에 있어서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살인사건 범인의 성별 따져봐야 한다”며 “젠더랑 상관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진 전 교수는 방송 이튿날인 3일 새벽 자신의 SNS에 글을 남기고 “오늘 토론에서 교훈을 좀 얻었어야 하는데 이젠 의식이 아니라 존재의 문제가 되어버려 그 수렁에서 나오기 힘들 듯”이라며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조목조목 반박해줬겠지만 요즘은 다 귀찮아. 걍 그렇게들 살아라”라고 사실상 체념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는 같은날 오후 추가로 올린 글에서 자신을 두고 ‘남페미(남자 페미니스트)’라는 말이 나온다며, 진 전 교수는 “내 스탠스(입장)는 ‘논리적’인 것으로 이해해줬으면 한다”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으면 그냥 짜증이 나는 것 뿐”이라고 적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