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왜곡 논문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미국 대학에서 쓰는 한국사 교재의 위안부 망언 논란이 불거졌다. “일본군 위안부는 부모 빚을 갚기 위해 선급금 계약을 하고 스스로 몸을 판 여성”이란 그릇된 내용을 담은 한국사 대학 교재가 미국에서 버젓이 출판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를 두고 친(親)일본 성향 학자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풍토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진희 미 이스턴일리노이주립대 사학과 교수는 미 출판사 ‘코넬라 아카데믹 퍼플리싱’이 일본 우익의 왜곡된 역사관을 담은 교재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형성: 한국사’라는 책을 출판하고 홍보해왔다고 주장했다. 해당 출판사는 미국 대학에서 쓰는 교재를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일본계 미국 학자 치즈코 앨런 하와이대 박사가 집필해 지난해 12월 출판됐다. 고조선부터 21세기까지 한국의 역사를 통사적으로 다뤘다. 책은 일본군 위안부에 관해 그릇되고 왜곡된 내용을 담고 있다. “1930년대 조선인 매춘 중개인들은 더 많은 수익을 거두기 위해 조선인 매춘부를 만주와 일본, 중국으로 보냈다”는 구절이 대표적이다.
특히 위안부에 대해 “일부 여성은 조선인 중개인에게 속거나 납치를 당하기도 했지만, 나머지 여성은 스스로 몸을 팔거나 가부장제도에서 가장의 빚을 갚기 위해 선급금을 받고 2~3년간 매춘을 하겠다는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주장을 폈다.

어디서 많이 접한 논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름아닌 램지어 교수의 논문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매춘업자’와 ‘예비 매춘부’ 간의 계약행위로 규정한 램지어 교수의 주장과 판박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해당 교재는 ‘아시아 역사 시리즈’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현재 아마존을 비롯해 반스앤드노블 등 미국의 유명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저자인 앨런 박사는 일본 우익 학계와 연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온 학자로 알려졌다. 일본의 ‘모럴로지 도덕 교육재단’ 산하 연구소를 통해 논문을 발표한 적도 있다. 모럴로지 재단은 일본군 위안부 왜곡 논문으로 악명이 높은 램지어 교수를 임원으로 위촉한 ‘일본 문명 연구포럼’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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