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라희 여사 ‘생명’ 지분 모두 받아
지배구조상 삼성전자 장악 용이
당분간은 옥중서 재판준비 치중
동생 이부진·이서현 행보 관심사
삼성전자 개인보유 첫 10% 돌파

삼성 일가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주식 배분을 마무리했다. 이번 주식은 법정 상속 비율대로 분배해 유족들 개인의 재산권은 최대한 인정하면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에 힘을 실어주는 가족 간 화합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옥중에서 상속 문제를 마무리한 이 부회장은 당분간 재판 준비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와 삼성SDS, 삼성물산 등 이 회장의 보유 지분을 법정 상속 비율대로 유족들에게 상속됐다. 삼성 일가가 받은 주식 상속가액을 살펴보면, 홍라희 여사가 5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 부회장(5조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4조5000억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4조1000억원) 순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가족 간 협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한 법정 지분대로 나누는 방법을 택해 분쟁 및 소송의 위험성을 최소화했다는 것이 재계 분석이다. 다만 유족들은 이 회장이 20% 넘는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있던 삼성생명 지분은 이 부회장에게 절반을 넘겨주며 경영권 강화에 힘을 보탰다.
홍 여사는 삼성생명 지분을 한 주도 받지 않았다. 홍 여사가 삼성생명 지분을 이 부회장에게 몰아주면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뒷받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써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이 0.06%에서 10.44%로 높아지면서 개인 최대주주가 돼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다.

삼성그룹은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인데,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이면서 삼성생명의 2대주주로 올라선 만큼 삼성전자 장악이 쉬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는 4대주주다.
상속 문제가 일단락된 만큼 이 부회장은 당분간 재판 준비에 ‘올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삼성가의 상속이 마무리됨에 따라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이번 상속으로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한 만큼 그룹 경영에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향후 계열 분리 여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지분 구조상 이부진·이서현 자매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각각 호텔신라와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축으로 독립(계열분리)을 시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그룹 경영 안정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계열분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여러 정황상 삼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각자 맡은바 경영을 해나가는 방식이 가장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한편 개미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수가 6억주를 넘어서며 개인 지분이 처음으로 10%를 돌파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개인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수(보통주)는 6억533만주, 지분율은 10.13%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에 대한 개인 보유 지분이 1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기관 투자자(국민연금 제외)는 물론 국민연금 보유 지분보다도 높은 수치다.
남혜정·남정훈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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