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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돈” 감시자본주의 시대… 계속 수집 당할 것인가

입력 : 2021-05-01 03:00:00 수정 : 2021-04-30 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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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샤나 주보프/김보영 옮김/문학사상/3만2000원

감시 자본주의 시대/쇼샤나 주보프/김보영 옮김/문학사상/3만2000원

 

2011년 8월9일,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동시에 일어난 사건들은 새롭게 등장한 정보 문명에 대한 우울한 전망과 위험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미국 증시에선 애플의 시가총액이 엑손모빌을 누르고 세계에서 가장 시장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등극했고, 남유럽의 스페인에선 시민들이 구글에 ‘잊힐 권리’를 요구함으로써 인간의 미래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다.

쇼샤나 주보프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책 ‘감시 자본주의 시대’에서 이날의 상징적인 모습이야말로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라는 전례 없는 체제가 자본주의 진화의 긴 서사시에서 새로운 장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표징이라고 주목한다.

저자는 사람들의 경험을 데이터로 삼아 미래 행동을 예측하는 ‘예측상품’으로 만들어 ‘감시이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경제 질서를 감시 자본주의로 규정하고, 감시 자본주의라는 디지털 디스토피아를 분석하고 조망한다.

책에 따르면 감시 자본주의는 사용자가 경험을 통해 데이터를 제공하면 감시 자본가들이 이를 서비스 개선에도 활용하지만 더 많은 데이터를 새로운 예측상품을 만들어 미래행동시장에서 감시수익을 내는 구조이다.

감시 자본주의는 원재료를 상품으로 변모시키고 노동에서 잉여가치를 취하는 산업 자본주의와 달리 인간의 경험을 활용하고 행동에서 잉여가치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상품과 서비스는 사용자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일 뿐이고 사람들의 경험과 데이터야말로 결정적 잉여의 원천이 된다.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예측 상품은 고객들의 리스크를 줄이면서 새 시장을 형성하고 엄청난 이익을 낳는다. 즉 감시 자본주의는 인간 경험을 시장의 역학에 합병시킴으로써 행동으로 재탄생시킨다. 인간 행동이라는 상품은 토지, 노동, 화폐에 이어 네 번째 ‘허구 상품’이 된다. 이 과정에서 감시 자본주의는 유비쿼터스 디지털 장치, 즉 ‘빅 아더(Big Other)’를 통해 인간의 행동을 렌더링(데이터 추출), 모니터링, 연산, 수정해 도구주의 권력을 탄생시킨다.

저자는 감시 자본주의가 인간 경험이라는 영토를 차지해 지식과 권력을 독점하고 학습의 사회적 분화에 대한 특권적 영향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시장 주도적 쿠데타’라고 비판한다. 민주주의가 결여된 새 위기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며 반민주적 세력을 간주돼야 한다는 거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저항하라고 강조한다.

다만 저자는 현재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감시 자본주의적 행위가 아니며 적어도 지금은 감시 자본주의의 행위자들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두둔한다.

요컨대 책은 낯설고, 독특하고, 심지어 상상하기조차 힘든 감시 자본주의의 면면을 탐색하는 여정쯤 되겠다. 마치 ‘21세기 자본론’을 읽는 느낌이 들지도.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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