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서 "코로나로 어려운데 은행만 돈 벌어" 비판
금융권 "증권사나 카드 계열사가 호실적… 억울"

은행의 저축예금 금리와 대출금리 차가 더 벌어졌다. 올해 1분기 주요 금융지주사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는데도 이 같은 금리 차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이 돈 잔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하지만 은행권은 금융정책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며, 실적 개선도 주로 비은행 계열사의 영향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이 30일 밝힌 ‘3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0.86%로 전월 대비 1bp 상승했고, 대출금리는 연 2.77%로 전월 대비 3bp 상승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와 저축성수신금리 차는 1.91%포인트로 전월 대비 2bp 확대됐다. 2017년 9월 1.93%포인트를 기록한 후 최대 격차다. 은행의 예대금리 차는 △지난해 12월 1.84%포인트에서 △올해 1월 1.85%포인트 △2월 1.89%포인트로 계속 벌어지고 있다.
2021년 3월 말 잔액 기준 총수신금리는 연 0.68%로 전월 대비 2bp 하락했고, 총대출금리는 연 2.8%로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금융지주사 4곳 중 3곳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고, 은행의 이자수익 개선은 이 같은 실적을 뒷받침했다. 이에 대해 일각은 코로나19로 어려운데, 은행만 돈을 벌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금융권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지주사들은 은행의 이자수익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증권사나 카드 계열사가 호실적을 낸 게 1분기 실적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설명한다.
은행들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예금이 계속 늘고 있는데, 정부가 대출은 줄이라고 해 대출금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리가 상승하면, 금리 차는 벌어지는 게 정상”이라면서 “과거 예금 금리가 5% 이상인 때는 대출금리와 격차가 3∼4%포인트 이상 차이로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금 워낙 금리가 낮기 때문에, 이 정도 금리 차이가 벌어지는 건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은행들은 오히려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빅테크와의 경쟁을 위해 디지털 혁신이 요구되는 상황이어서, 지금의 실적만으로 경영 상황을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정을 통해 대출을 더욱 옥죌 예정이어서, 예대금리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