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인사 "수사 성과로 신뢰회복해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30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지만, 여전히 ‘1호 수사‘에 착수하지 못한 채 기대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개월여 동안 무리수를 반복하며 갖은 논란을 불렀던 공수처는 1호 수사를 통해 명예회복을 노리며 ‘심기일전’ 중이다.
3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수사로 평가받아야 하는 수사기관인 공수처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수사력에 대한 의문이다. 공수처는 첫 임용에서 수사 인력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 정원 23명인 검사는 13명, 정원 30명인 수사관은 20명만 뽑는 데 그쳤다. 더욱이 김진욱 공수처장이 법이 정하는 최대한도로 뽑고자 했던 ‘즉시 전력감’인 검찰 출신 검사는 4명에 불과하다.
공수처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으로 접수된 사건은 966건이다. 유형별로 보면 고소·고발 및 진정이 817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외 인지 통보 124건, 이첩 25건이었다. 사건 관계인별로 보면 검사 관련 사건 408건, 판사 관련 사건 207건으로 집계됐다. 판·검사 관련 사건이 전체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공수처는 현재 공소시효 임박 여부와 사안의 중요성 등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처리할 사건을 분류중이다. 이 가운데서 ‘1호 사건’이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1호 수사의 윤곽은 잡히지 않고 있다.
특히 1000건에 가까운 접수 사건을 검토하는 데 손이 턱없이 모자란 상황인데다, 매일 워크숍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수사 인력 교육이 진행중이라 수사 체제를 갖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1차 임용에서 채우지 못한 나머지 검사·수사관을 양질의 인력으로 하루빨리 채우는 것도 숙제다.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시비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도 공수처의 과제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특혜 조사’ 의혹이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에 큰 상처를 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 와중에 공수처는 주요 논란의 길목마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보다 무리한 해명만을 반복하며 문제를 키웠다.

사태 초기 이 지검장 출입 기록에 대한 정보를 숨긴 것이 관용차 제공 논란으로 번졌고, ‘허위 보도자료’ 논란으로 공수처 대변인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애초 면담 사실 자체를 국회 출석 전까지 밝히지 않은 점이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본격 수사 착수 시기가 늦어지는 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수사 성과를 내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계 인사는 “수사체제 구축 등 과제가 산적한 현 공수처 상황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당장은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인사는 “어렵게 탄생한 만큼 기대가 컸지만 아직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 공수처가 신뢰회복을 하기 위해선 고위공직자 범죄의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수사 성과를 내는 길 뿐”이라고 단언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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