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견제·北 도발 억지에 초점 둬
“전 세계 동일 규칙 따르게 할 것”
불공정 무역·인권 유린 대응 경고
“美, 전 세계의 백신 무기고 될 것”
해리스·펠로시 女파워 과시 주목
美 1분기 GDP성장률 6.4% 집계
백신 속도 효과… “재정지출 계속”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28일(현지시간)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위협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족에 신음하는 국제사회를 향해 “미국이 백신 무기고가 되겠다”고도 했다. 대외정책에서 강한 군사력의 인도·태평양 지역 유지를 통한 중국 견제와 북한 도발 억지에 초점을 맞춘 바이든 정부는 대내적으로는 ‘큰 정부’의 기조 아래 이른바 부자 증세 등으로 마련한 재원을 경제 재건에 과감히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인도·태평양에 강한 군사력 주둔시킬 것”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서 모든 국가가 동일한 규칙을 따르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을 겨낭해 “경쟁을 환영하지만 갈등을 원하지는 않는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미국 이익을 옹호할 것“이라고 경고한 사실을 소개했다.
그는 “시 주석에게 유럽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마찬가지로 인도·태평양에 강력한 군사력을 주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앞서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 ‘쿼드’가 인도·태평양의 나토로 발전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 점과 관련지어 주목되는 언급이다.
중국의 인권 문제도 거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떤 책임 있는 미국 대통령도 기본적 인권이 침해될 때 침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선 북한을 상대로 ‘외교’와 ‘도발 억지’, 즉 군사적 카드를 병행할 뜻을 내비쳤다.

◆세계 각국에 백신 공급하겠다는 의지 강조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강조하며 동맹과의 협력을 다짐했다. 핵심은 코로나19 백신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다른 나라를 위한 백신 무기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백악관은 의회 연설 직전 성명에서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인도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000만회분 원료를 긴급 지원할 계획임을 밝혔다.
백신 무기고라는 어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쓴 ‘민주주의 무기고’란 표현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나치 독일이 프랑스 등 유럽 대부분 지역을 점령하고 영국 홀로 독일과 싸우던 1940년 12월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이 민주주의의 무기고가 될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 이는 대독일 전쟁을 위한 전쟁 물자를 미국이 앞장서 생산하겠다는 뜻이다.
◆1분기 성장률 6.4%… “재정 지출은 계속”
약 65분에 걸친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산업 인프라 확충을 위한 ‘미국 일자리 계획’과 교육 및 건강보험 등 인적 인프라 개선을 목적으로 한 ‘미국 가족 계획’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 설명에 큰 비중을 할애했다. 그는 “(예산안이 통과되면) 좋은 직장과 좋은 학교, 저렴한 주택, 깨끗한 공기와 깨끗한 물 등이 주어진다”며 “흑인, 백인, 라틴계, 아시아계 미국인, 아메리카 원주민 등 더 많은 미국인의 삶에 진정한 기회가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드는 막대한 재원은 법인세율 인상 및 부자들의 세금 부담 확대 등을 통해 마련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미 조야에선 바이든 정부가 오랫동안 미국을 지배해 온 ‘작은 정부’와 결별하는 수순을 밟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마침 미국 상무부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6.4%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지난해 1·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미국 경제는 이후 3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보였다. 바이든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 계획과 가족 계획 등 대규모 재정 지출 사업이 차질없이 이행되면 미국의 경제성장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의장석의 해리스·펠로시, ‘여성 파워’ 과시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하는 내내 그 뒤의 의장석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겸 상원의장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나란히 자리를 지켜 눈길을 끌었다. 미국에서 대통령 유고 시 승계 순위 1, 2위인 부통령과 하원의장을 둘 다 여성이 맡은 것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이다.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00일간의 치적을 자랑하는 대목에선 침묵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압박과 견제를 설명하는 대목에선 기립박수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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