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미술…’ ‘이우환과…’ 등
코로나 확산 속에서도 좋은 반응
시민과의 디지털 소통 강화위해
‘스마트 미술관’ 추진… 곧 결실
최은주 대구시립미술관장
코로나 상처 지역민 보듬는 전시
‘새로운 연대’ 기획 감동 이끌어내
대구는 한국 근대미술의 출발점
설립 10돌 기념전 야심차게 준비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대전비엔날레:인공지능’ 통해서
데이터기반 예술 가능성 보여줘
‘대전미술 다시쓰기’ 잇따라 열어
지역미술연구 재발견·심화 성과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
-취임 이후 기억에 남는 성과는.
“취임한 때가 2019년 11월이었고, 이후 2020년 2월부터 코로나로 인해 미술관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 시간당 관람 인원을 한정해 받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거의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이런 속에서도 ‘중국현대 미술 삼부작: 상흔을 넘어서’와 ‘이우환과 친구들’의 두 번째 전시로 기획한 ‘빌비올라-조우’는 상당히 좋은 미술계의 평판을 끌어낸 전시다. 하지만 미술관 역할을 전시로만 한정지울 수는 없기에 지난해 미술관은 디지털 소통을 최적화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했다. 미술관이 가진 소장 자원을 관리, 축적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스마트 미술관’프로젝트다. 조만간 그 결실을 볼 듯하다.”
-이번 부산 형상미술 전시(‘거대한 일상:지층의 역전’)가 미술사적으로 신선한 화두를 던진다.
“1980년대를 박사논문 시기로 상정했던 나조차도 80년대가 민중미술의 시기라는 점에 대해 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80년대에 활동한 상당히 좋은 작가들이 미술사 속에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이번 80년대 부산의 형상미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 의문이 다소간 해결되며, 80년대를 민중미술의 시기보다는 조금 더 확대해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를 다룬 새로운 형상’의 시대로 읽어낸다면 우리 미술사를 훨씬 풍요롭게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부산만의 문화적 특징이 있나.
“부산은 개항 이후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문호역할을 해오던 곳이다. 지구를 ‘하나의 세상(one world)’으로 연결하는 통신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에 부산은 새로운 것들이 가장 먼저 유입되고 자리 잡는 곳이었다. 현재도 부산은 새로운 것들을 먼저 받아들이고 실험하는 측면을 강하게 갖고 있다. 이런 특징은 미술의 경우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들 사이의 긴장을 유도하고, 나와 타자 사이에 합의 지점을 찾고자 유영하게 한다.”
-지역 미술관은 어떤 의미가 있나.
“문화예술계에서 글로컬의 힘을 이야기한 지도 상당히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곳이 드문 것 또한 현실이다. 부산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인프라를 살필 때, 부산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전 세계와 소통하며 부산을 브랜딩할 수 있는 토양은 갖추어진 것 같고, 미술관의 역할은 이제 그게 가능하도록 만들어가는 것이라 본다.”

◆최은주 대구시립미술관장
-취임 후 주력한 것은.
“대개 미술관은 1~2년 앞을 내다보고 기획하므로 신임 관장이 전시 또는 특정 사업으로 두각을 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정해진 임기 동안 두각을 내는 사업 못지않게 중요한 게 조직의 힘을 길러내는 ‘업무의 시스템화’다. 큐레이터들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전시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전시 아이디어를 내는 기획회의, 확정된 전시의 연구를 보여주는 연구회의, 전시 종료 후 평가회의까지 3개 회의를 만들었다. 전시의 생산, 전개, 평가를 아우를 체계를 가동한 것. 큐레이터들이 ‘건강한 경쟁심’을 갖고 하고 싶은 전시에 대해 발언하게 됐다.”
-대구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상처가 유독 깊었다.
“지난해 2월 대구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대규모로 나왔을 때 석달 휴관했다. 당시 구성원들과 나눈 이야기는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고 순발력 있게 팬데믹 상황을 보여주는 전시 ‘새로운 연대’를 기획했다. 보람도 있는 전시였다.”
-이번 10주년 기념전 ‘때와 땅’을 통해 한국 근대미술의 출발점으로 대구가 가진 의미를 부각하고 있다. 대구만의 문화적, 예술적 특색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덕수궁미술관 관장으로 일할 때 한국 근대미술을 들여다볼 기회가 많았다. 10년간 많은 근대미술전을 기획했고, 근대 작가들과 유가족을 만나며 그들이 남긴 작품, 자료들을 봤다. 근대기 한국 작품 중 ‘시대인식’에 관한 많은 증거물들이 대구에 있구나 느꼈다. ‘때와 땅’이라는 단어는 대구의 근대적 선각자들이 가진 시대의식과 민족의식이 응결돼 있는 단어다. 이런 의식이 실은 미술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이상정 장군과 같은 독립운동 흔적과 연결되고, 향토의식은 이인성, 이쾌대 같은 걸출한 근대적 화가들과 연결된다.”
-지역미술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20세기 말, 21세기 초만 해도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대해 많은 이야길 했지만, 사실 미술지형도를 잘 이끌어 가는 미술행사들을 보면 철저하게 지역기반의 미술적 가치를 지향한다. 카셀 도큐멘터, 뮌스터 조각 페스타,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등에서 보듯 예술의 시작점에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경우가 많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역사, 문화, 예술에 대한 탐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구에 어떤 문화예술운동, 경향이 있었는지를 밝혀 그 가치를 끌어내도록 역할해야 한다.”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
-취임 이후 호응을 얻은 전시는.
“‘대전비엔날레 2020:인공지능’이 가장 호응이 좋았다. 대전시립미술관은 과학예술의 중핵으로 미술관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대부분의 비엔날레가 취소되는 어려움에도, 대전시립미술관은 인공지능과 데이터기반 예술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현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전미술 다시 쓰기’ 프로젝트도 중요하게 진행 중인 과제다. 5개년 계획으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데이터 기반으로 ‘다시쓰기(Rewriting)’를 추진 중이다. 재작년에 1950∼60년대를 ‘검이불루(儉而不陋·검소해 보이나 누추하지 않다)’로 명명한 전시, 지난해엔 1970∼80년대를 ‘광자진취(狂者進取·묻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무엇인가를 찾는다)’로 명명하는 전시를 열었다. 대전의 유학적 가치를 현대미술에서 해석해낸 거다. 지역미술연구의 재발견이자 심화이기도 하다.”
-‘상실: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 전시가 시의적절한 화두를 던진다.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음을 보살펴야 할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정신의학과 예술’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를 진행한다. 예술은 승화의 힘이 있고 미술관은 공감의 문화기반이다. 특별전 ‘상실’은 애도하지 못한 슬픔으로 마음의 병이 되기 전에 예술로 슬픔을 충분히 슬퍼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대전은 한국 미술에서 어떤 의미를 갖나.
“대전과 충남은 조선미학의 중핵이다. 대전·충남이 한국화의 기라성 같은 화가들을 배출한 문화배경은 17세기 노론의 핵심지역으로 정치권력과 문화권력이 융합된 덕이다. 정치와 문화의 융합은 현재의 미적 경향에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대전·충남은 진지하고 성실한 예술을 존중하고 천변만화하는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다는 문화정치적 특징이 있다.”
-지역 미술관은 역할은 무엇인가. 목표는.
“‘위치의 민주화’로 공감미술의 확장을 추구하자는 목표의식을 갖고 있다. 중앙과 지역의 구분은 중앙집권적인 가치관이다. 21세기는 모든 위치가 평등해지는 다양성을 추구한다. 21세기 미술관은 위치의 민주화, 표현의 다양성을 지지하는 공감문화기반이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예진 기자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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