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사 “한국, 최적의 조건 갖춰
稅감면 정책 손질해 재원 마련”
노벨경제학상 바네르지 교수
“수급자 나태하게 만들지 않아”
30일까지 온·오프라인서 논의

“지역화폐형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한 강력한 경제정책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기본소득 공론장인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가 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개막했다. 세계 68명의 석학이 참여한 가운데 30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치러진다. 올해로 3회째인 기본소득박람회의 이번 주제는 ‘내 삶 속의 기본소득’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경제적 대재난을 기본소득을 통해 대전환으로 바꾸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개막식 축사에서 “처음부터 완벽한 형태로 기본소득을 시행할 필요는 없다”며 “역량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것부터 순차적으로 국민 동의를 얻어 시행해도 충분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납부해야 할 세금을 감면받는 여러 정책을 수정해 (재원을 마련하면) 기본소득을 충분히 추가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사회복지 지출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춰 가용예산을 현재의 2배 가까이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다른 나라에선 하지 않는다,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냐’고 우려하는데, 그 반대로 대한민국이 기본소득을 선도할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관성에 대한 두려움보다 새로운 길을 열겠다는 상상력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에 이어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비나약 바네르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경제학)가 ‘코로나 팬데믹 시대, 기본소득의 확산’을 주제로 영상 기조연설에 나섰다. 바네르지 교수는 “케냐의 195개 마을 2만3000명을 대상으로 하루 75센트를 지급하는 실험(12년 중 2년 차)에서 무조건적 현금 지급이 (수급자를) 나태하게 만든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소개했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맥락에 따라 대상과 횟수를 조합해 다르게 실행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개막식 대면 행사로 예정됐던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 창립총회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75곳이 참여한 총회에선 규약 등을 추인하고, 이선호 울산 울주군수를 초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해당 지자체들은 기본소득 정책의 법제화를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사라트 다발라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의장은 이날 오후 ‘세계 기본소득 운동의 경험과 전망’을 주제로 특별연설을 했다. 둘째 날인 29일에는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코로나19 시대의 보편적 재정지출로서 기본소득의 필요성과 사회전환’을 주제로 강연한다.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문화인류학)는 ‘기본소득과 사회적 모성·영성’을 주제로 연설에 나선다.
한편 카니 위그나라자 유엔 사무차장보 겸 유엔개발계획 아태지역 사무국장은 최근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는다’는 유엔의 원칙과 부합하는 기본소득이 정부 사회안전망의 보완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수원·고양=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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