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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본사엔 자료 없다는데… 'LH 꼬우면 이직' 작성자 찾을 수 있나

입력 : 2021-04-29 06:00:00 수정 : 2021-04-29 1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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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 된 경찰 압수수색 영장
색출 위해 영장 첨부해 협조 요청
해외업체 국내법 강제 집행 불가
받아도 외국 수사기관 보증 필요
일각 “사이버범죄 협약 가입해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이 터졌을 때 ‘꼬우면 이직하라’ 등 조롱성 글을 올려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LH직원 추정 인물을 찾는 경찰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미국 본사에 압수수색 영장을 보냈지만 ‘해당 통신자료가 없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40여일이 지났지만 중요 증거인 본사 측 통신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고 하더라도 해외 업체의 경우 우리 수사기관이 강제로 영장 집행을 할 수 없는 사정과 무관치 않다.

◆“영장 첨부 이메일에 ‘자료 없다’ 회신”

28일 경찰에 따르면 경남경찰청은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 미국 본사로부터 현재까지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받지 못했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영장을 보냈지만 ‘해당 자료가 없어 제공할 수 없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남경찰청은 지난달 중순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그 스캔본 등을 첨부한 이메일을 팀블라인드 미국 본사에 보냈다. 지난달 14일 LH가 명예훼손과 모욕,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 블라인드 게시물 작성자를 특정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문제가 된 게시물 작성자는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던 지난달 9일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씀’이라는 제목으로 ‘어차피 한두 달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힌다’,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 등의 글을 써 국민적 공분을 샀다. 블라인드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을 받아야 해 작성자는 실제 LH 직원일 가능성이 높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경찰은 미국 본사에 자료를 요청하는 동시에 한국지사와 LH 진주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그러나 서버가 미국에 있는 상황에서 여태까지 본사 측으로부터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임의제출 통신자료, 증거능력 문제”

팀블라인드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무용지물로 된 건 우리나라가 해외 업체에 대한 집행관할권(강제조치로 국내법을 집행하는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그간 경찰은 해외 IT(정보기술) 업체가 보유한 통신자료가 수사상 필요한 경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 그 스캔본을 전달해 협조를 구했다. 각 업체 판단에 따라 제공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경찰 입장에서는 자료 확보를 확신할 수 없다. 실제 각 업체가 매년 발간하는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한국 수사기관은 페이스북에 통신자료 총 833건을 요청했고 이 중 약 61%에 대해 회신을 받았다. 구글은 같은 기간 2958건 중 약 81%, 트위터는 2019년 하반기 기준으로 484건 중 약 30%에 대해 자료를 제공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지난달 17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추진단과 공공택지기획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관행이 재판 과정에서 ‘디지털 증거’의 동일성과 무결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디지털 증거와 관련해 저장매체 원본과 동일하다는 게 인정되고 압수 절차에서 변경되지 않았단 게 담보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박다온 경찰대 국제사이버범죄연구센터 전임연구관은 최근 ‘형사정책연구’(2021년 봄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우리 대법원이 이 원칙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단 점을 고려할 때 외국 수사기관의 확인·보증을 거치지 않고, 서비스 제공자의 구체적 인증도 없는 자료의 증거능력이 문제 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사이버범죄 다자 협약인 ‘부다페스트 조약’에 가입하는 게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 조약은 자국 영토 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에 대해 가입자 정보를 제출하도록 명령하는 제도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독일, 영국, 일본 등 65개국이 가입해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내법 특성과 부처 간 이견 등으로 조약 가입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해외 통신자료 확보를 위해 조약 가입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조약’이라는 특성상 모든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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