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어제 경북 성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장비·자재를 반입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시민단체 간 충돌이 벌어졌다. 올 들어서만 세 번째 충돌이다. 국방부는 사전에 “한·미 장병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공사용 자재 및 물자수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기지 운용에 필요한 물자를 반입할 때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사드 배치 얘기가 처음 나온 것은 2014년이다.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을 막기 위해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드는 고속 낙하하는 탄도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2년이나 미루다가 북한 핵·미사일 개발 속도를 무시할 수 없게 된 뒤인 2016년 7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사드 배치를 발표했다. 중국이 강력히 반발했다. 북한을 겨냥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2017년 4월 우여곡절 끝에 사드가 배치되자 중국은 한국이 기만행위를 했다며 대대적인 경제보복에 나섰다. 이것이 사드 배치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다.
정부가 처음부터 사드 배치의 원칙을 세우고 주도면밀하게 대처했더라면 파문이 그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 보면 자업자득이다. 그 바람에 우리 주요 기업들은 중국 현지에서 속속 철수하기에 이르렀고, 국내 산업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그렇다고 정부가 특별한 복안을 지닌 것도 아니었다. 정부는 중국에 ‘한국은 사드 추가 배치를 하지 않는다’ 등의 ‘3불 약속’까지 해 군사주권을 내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는 것은 우리 안보의 중차대한 과제다. 사드는 북한 탄도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런데도 기지 운용을 위한 장비를 넣을 때마다 경찰과 시민단체가 충돌한다면 이게 정상인가. 김부겸 총리 후보자는 “미군·한국군 병사들의 숙소 등 기본적인 시설을 위한 장비 반입은 주민들이 양해해야 한다”며 “여기에 정치적으로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 막는다면 장병들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다. 지난 3월 미 국무·국방장관 방한 당시 미국은 우리 정부에 사드 기지의 열악한 생활 여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달 초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도 사드 관련 논의가 있었다. 내달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는 사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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