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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실물 확인만 두달… "내 평생 이런 작품을 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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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28 11:01:00 수정 : 2021-04-28 13: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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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작전 같았던 기부 결정까지 상황
국보 ‘인왕제색도’

삼성가가 ‘이건희 컬렉션’ 중 약 2만3000점(1만1000여건,)을 사회환원하기까지는 과정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007작전’처럼 철저 보안이 강조됐는데도, 그 규모와 수준이 워낙 놀랍다보니 ‘소문’이 새어나가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가 없었다.

 

28일 감정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 별세 약 두달 후인 지난해 12월 유족은 로펌 김앤장을 통해 민간 감정단체 세곳에 이 이 전 회장의 소장품들에 대한 시가감정을 시작했다. 시가감정이라는 가격으로서의 가치를 감정하는 일이다. 

 

감정 규모와 작품명, 금액은 물론 감정 사실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보안 각서를 썼다. 관례에 따른 것이기도 했지만, 이건희 컬렉션 규모는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에, 공개시 세상에 처음 윤곽이 드러나는 일이기도 했다.

 

세 감정 기관은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였다. 감정기관들은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을 섭외해 함께 감정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건희 컬렉션 중 대표적인 초고가 서양 현대미술 작가로 알려진 마크 로스코의 색면추상 작품. 리움 홈페이지 캡처

전문가들은 약 두달간 리움과 경기도 용인 등에 있는 수장고를 돌며 실물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이 논의를 거쳐 감정 보고서를 써나갔다. 규모는 1만2000여점. 가치를 매기기 어려운 명작들이 보관돼 있었다고 한다. 보관 시설 역시 최고 수준이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지만 가령 한 작품의 추정가가 30억∼50억 하는 식이어서 컬렉션 전체의 추정가를 예리하게 진단하기도 어려웠다. 총 감정액이 1조∼3조원으로 추정됐다. 세계 최고급으로 치는 1000억원대 작품도 있었다고 한다.

 

자코메티 '거대한 여인Ⅲ' (1960). 리움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이들은 무엇보다 귀한 작품들이었고 컬렉션 완성도가 높아 단지 개별 작품의 가격으로 가치를 매길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 고미술품은 국보, 보물들이 풍성하고, 서양미술품들은 그 자체로 서양미술사를 옮겨놓았다고 한다. 주요 화가의 경우 핵심적 작품만 20∼30점씩 모아 그 인물의 일대기를 모아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도 한다.

 

프랜시스 베이컨 ‘방 안에 있는 인물’(1962). 리움 홈페이지 캡처

평생 좋은 작품들을 숱하게 봤을 전문가들이 “내 평생 이런 작품을 보고 죽게되다니”라며 감격하고, 감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고맙다는 이야기들을 했을 수준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이 쓴 보고서는 김앤장에 넘겨졌고, 김앤장이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 삼성가 측에 넘겼다. 기부 틀이 잡힌 뒤에는 다시 감정단체에서 기부할 작품들에 대한 2차 감정을 진행했다. 이번엔 마지막으로 작품 진위를 다시한번 점검하는 진위감정이었다. 최종 기부일로부터 약 일주일 전인 20일쯤부터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이 기부를 위한 막바지 ‘정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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