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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술축제 광주비엔날레 한창... 감독 추천 18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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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12 14:00:00 수정 : 2021-04-12 11: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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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예술 축제인 광주비엔날레가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이라는 주제로 한창이다.  지난 1일 시작돼 다음달 9일까지 열리는 제 13회 광주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전시관, 광주국립박물관, 광주극장, 광주아시아문화전당,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 광주의 예술명소들에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 지휘봉을 잡은 예술감독이 관람 길잡이를 내놓았다. ‘공동예술감독 나타샤 진발라와 데프네 아야스가 추천하는 작품 18선’이다. 해당 작가와 작품을 소개한다.

 

1. 김상돈

 

김상돈은 다양한 매체와 일상 및 사회적 관계 속 재료를 경유해 한국의 주요 재현 체계에 개입한다. 비엔날레 전시관에 설치된 조각 작품을 통해 그는 한국 샤머니즘, 식민 기억, 현대 정치, 과잉 소비 회로의 요소를 동원한다. 샤머니즘적 다신론과 다원주의는 세속적인 것을 거부하기보다 성스러운 것을 추구함으로써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양식으로 작동한다. 샤머니즘적 신앙의 세계관은 공동체와 한국의 토속적 문화의 실현과 통합을 바탕으로 한다. 나아가 작가는 인류 문명 전체가 위기 상황을 맞았을 때 우리는 다시금 집단적 카타르시스와 화합에 기반을 둔 장구한 영적 문화에 눈을 돌린다고 말한다. 세계 판도를 지배한 팬데믹과 현재 권력 구조가 결합돼 계급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샤머니즘을 기반으로 한 통합적인 접근은 사회적 상처의 회복, 애도, 회개를 가능하게 한다.

 

2. 문경원

 

문경원의 신작 〈프로미스 파크〉(2021)은 동명의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 환경, 인간 인지와 사회성, 기술 간의 관계, 역사 기록학적으로 생성된 인류를 다룬다. 여기서 ‘공원’은 일종의 추상적인 공간으로, 격동의 한국 근대사와 사회 경제적 발전, 일제의 수탈의 장소였던 방직 공장에서 드러나는 1950년대의 변화, 지금은 사라졌지만 1960년대 광주와 전남에 펼쳐진 현대 산업 발전의 기반, 산업화 시대의 양피지 사본을 사유할 수 있는 곳이다. 대규모 주택 단지가 개발되고, 지역의 수로와 산길을 둘러싼 역사 공원이 조성되면서 이러한 역사는 지워졌다. 광주의 과거 지도를 가로질러 도시 풍경의 변화를 추적한 문경원은 시간이 남긴 비가시적인 흔적의 패턴을 추출해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일관된 서사로 직조한다.

 

2-1.문경원 & 전준호

 

문경원 & 전준호는 2009년 결성한 작가 듀오로 미술의 권력 관계와 사회적 기능을 근본적인 선상에서 탐구한다. 서울과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강과 같이 흐르는 미술의 지류와 다양성을 탐색한다. 다차원적인 사회적 관계를 활용하고 세계적인 생태적, 경제적 현실과 소통하는 문경원 & 전준호는 건축, 의학, 패션, 도시 계획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했다. 이를 통해 역사적 외상, 물질의 대사 상태, 변화하는 문화의 역할에 개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문경원 & 전준호는 공상과학 문학과 영화를 참조하며, 이 장르의 진화를 동시대적 순간과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가속화된 전망에 대한 알레고리로 파악한다. 

 

비엔날레 전시관에 설치된 〈빚는 달, 항아리 안의 삶〉(2016)은 자각몽과 인간 의식의 한계 사이의 문턱에서 작동한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재해석한 이 영상에는 악마와의 계약을 해소하기 위해 완벽한 지식을 찾아 나서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주요 모티프로 작용하는 한국식 백자 달항아리는 미적인 불완전함과 인간의 끊임없는 완벽함의 추구를 반영한다.

 

3. 정관 

 

만트라 읽기와 다도 세레모니 손수 고른 버섯, 절인 무, 곶감, 간장, 된장, 그리고 시간. 저명한 불교 승려이자 요리사인 정관 스님은 광주 부근 산자락에 있는 백양사 천진암에서 이러한 재료와 더불어 영혼을 살찌우는 음식을 창조해 낸다. 사찰 음식에 대한 정관 스님의 철학은 시간에 대한 사유를 바탕으로 한다. 음식으로 이 세계를 축복하는 정관 스님은 재료로부터 에너지를 끌어오고, 이들 간의 내적 갈등을 풀어내며, 사람과 동식물을 조화롭게 하기 위해 그 본질을 회복시킨다. 이로써 “재료는 음식이 될 뿐만 아니라 치유가 된다.”

 

4. 이상호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상호는 1980년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의 주요 인물로서 군부 독재를 비판해 왔다. 1985년에 이상호는 ‘시각매체 연구소’를 결성했고, 1986년에 ‘땅끝’으로 재편 해 다수의 인쇄물, 걸개 그림, 애도가 등으로 독재 타도 민주화 정서를 전파하고자 했다. 1987년 조선대학교 졸업반이었던 이상호는 동료들과 걸개 그림 〈백두의 산자락 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에서 북한의 국화를 그렸다는 혐의를 받아 국가보안법 위반 건으로 구속됐다. 이로써 국가보안법으로 투옥된 최초의 예술가가 됐다. 예술적 방법으로 정치적 투쟁을 이어 나가는 그의 실천은 남북한의 통일을 표방한다.

 

6. 아나 마리아 밀란

 

아나 마리아 밀란은 디지털 주체들의 수행성에 주목해 설득력 있는 정치적 담론을 체화한다. 페미니즘 윤리의 자장 안에서 펼쳐지는 밀란의 예술적 실천은 서로 다른 요소와 협력으로 진행되는 참여 성격의 프로젝트를 특징으로 한다. 밀란은 게이밍, 라이브 액션 롤플레이, 재연, 가상 세계 건설을 사회적 비판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매혹적인 디지털 애니메이션과 드로잉으로 생기를 얻은 주인공은 시간적 경험을 체화하고, 서사적 논리를 공간화해 국가적, 군사적 폭력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생태계적 불안정성을 기록한다. 비디오 게임 신작 〈행복한 사람들〉(2020)은 캐릭터 구성 워크숍을 통해 광주 기반 라이브 액션 롤플레잉 게임 등의 게이머, 미술대학 학생, 코스플레이어와 협업한 결과물이다. 한국의 페미니스트 게이머 콜렉티브인 페이머즈와 협업을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 온라인 게이밍의 젠더화된 측면과 정치적 동요에 대한 탐구가 전개됐다.

 

7. 테오 에쉐투

 

테오 에쉐투는 텔레비전, 슈퍼8 필름 녹화, 다큐멘터리, 실험 영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형태를 넘나들며 무빙 이미지의 영화적 재현과 시각적 문법을 여러 각도에서 탐색해왔다. 그의 프로젝트는 아프리카 근대성과 유럽 제국주의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엮어 문화적 세계와 공동체 지식의 상호 관계를 포착하는 독특한 미학에 도달한다. 그는 깊게 공명하는 오버레이와 전자 이미지에 대한 우주론적 접근 방식을 보여주며 이미지가 지각되는 방식에 최면술을 접목하기 위해 거울과 만화경 효과를 실험한다. 그의 최근 시청각 작품 〈고스트댄스〉(2020)은 민족지학적으로 진열된 아시아와 아프리카 소장품과 그것들이 박물관 공간에 들어오면서 겪는 은유적인 죽음과 삶의 안무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다.

 

8. 파트리샤 도밍게스

 

2019년 여름 볼리비아 치키타니아 지역과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파트리샤 도밍게스는 불길에 다친 동물들을 돌보기 위해 급조된 동물 보호소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설치 작품 〈어머니 드론〉(2020)의 중심 내용은 그녀가 반쯤 실명한 투칸(왕부리새 류)을 돌보는 것이다. 이는 맥락상 원주민의 토지권과 칠레 산티아고의 시위대를 감시하는 경찰 드론의 순찰과 연결된다. 주요 모티브인 시력과 치유, 그리고 토착적 제의, 정착민-식민지 풍습, 동시대의 기업화된 건강 도식이 수렴하는 현상에 대한 깊은 성찰이, 양림산 지하 공간에 있는 도밍게즈의 설치 작품을 형성한다. 

 

9.주디 라둘

 

주디 라둘의 상호학제적인 작업은 시각의 위계, 세계의 물리적 힘으로서의 영화, 그리고 진실, 증거, 사회적 안무의 체제들과 협상하는 상존하는 행위자로서의 카메라 눈을 탐구한다.

 

반영, 중복, 굴절을 통해 작가는 감독하고 경계하는 카메라 눈의 실용적이고 어원적인 의미에서 감시가 어떻게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에서 작용하는지, 또한 유기적이고 기계적인 철저한 시각이 어떻게 인간 행동을 개조하는지 탐구한다.

 

호기심, 자기애, 불편함과 같은 심리학적이고 현상학적인 미디어 효과들이 주디 라둘의 여러 퍼포먼스와 설치 작업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며 전시공간의 분위기와 관객 경험을 고조시킨다.

 

주디 라둘은 광주극장의 큰 상영관과 복도, 예전 영사실을 스튜디오스러운 환경으로 바꾼다. 거기서 실시간 기록과 전송된 기록이 단편적이고 콜라주된 시각적 피드와 이에 결합된 스코어를 산출해 낸다. 작가는 광주극장에서 거문고 연주자이자 거문고의 사운드스케이프를 전자적으로 실험하는 황진아와 장구와 징을 비롯한 한국 전통 타악기 연주자인 김한나를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함으로써 시지각 개념과 기술적, 생물학적 의미에서의 “이미지”를 탐구한다.

 

10. 릴리안 린

 

여성 신들의 원형에 관심을 가졌던 린은 1980년대 초부터 그리스와 힌두 신화에서 나타나는 가부장제 이전의 님프 여신들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는 이런 도상들을 참조해 산업용 금속 가공술, 프리즘, 전자 시퀀서 등으로 기념비적 로보틱 조각을 만들어냄으로써 시적이고 위협적인 존재감을 띤 성스러운 과학소설적 조각상을 소환해냈다. 이 시기에 만든 〈전기 신부〉(1989)는 닭털로 감싼 가공 운모와 수제 유리로 만든 대형 조각이다. 100볼트 전류가 연결된 금속 철창에 갇힌 이 신부는, 1980년대 밴드 크레이지 보이즈와 협업한 것으로 유명한 일본의 가수 시라이 다카코가 속삭였던 시를 읊조린다. 30년 후의 키네틱 조각 〈중력의 춤〉(2019)도 기존의 탐구를 이어 나간다. 이 작품에서 소용돌이치는 형상은 최고조로 회전하는 치마의 움직임을 표현한 것이다. 작품 속의 공전은 물질과 정신을 움직이는 우주의 힘을 다룬다. 또한, 작가의 초기 키네틱 작품에 영감을 준 블랙홀의 중력, 수피파 고행자들의 무아지경의 회전, 불교의 마니차를 모두 상기시킨다.

 

11. 시안 데이리트

 

군국주의의 무게와 투옥의 음지로 훼손된 삶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시안 데이리트는 장기간 연속적인 서사로 이어지는 프로젝트를 만들며, 이벤트를 조직해 제국주의 역사, 광범위한 국가 폭력, 주인 의식과 환경 정의의 공동 실천을 ‘철회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토대에 이의를 제기한다. 또한, 대안적인 지도 제작 워크숍을 구상해 필리핀 전역의 학생과 농민, 운동가들과 정기적으로 함께한다. 프란츠 파농이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에서 썼듯이, “제국주의는 우리의 땅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서도 찾아내 없애야 하는 썩은 균을 남긴다.” 데이리트의 작업에서 지도 제작은 유독한 식민과 기업의 폭력이 조인 매듭을 푸는 도구이자 시각정보 풍경이며, 또한 어떻게 농민과 소수 민족이 표적이 되고, 이주당하고 감시받으며, 국가주의의 경계가 강하게 형성될 때 항상 취약한 상태로 남는지 보여 준다.

 

12.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

 

작가 영상의 난해한 스토리라인은 베트남 전쟁의 신화, 불교 유령 영화의 역사, 태국 북부의 CIA 비밀 감옥에 대한 루머 등을 통해 문화와 영적 혼종성의 영역을 넘나들며 ‘나가’로 알려진 뱀과 같은 생물체와 육신을 떠난 영혼을 불러 낸다. 이런 레퍼런스는 주로 알렉스 그보지치와 보이차일드 등과 협업해 힙합, 퀴어, 클럽 하위문화 등을 통해 표현하거나, 아루나논드차이가 2018년 방콕에서 시작한 영상 퍼포먼스 페스티벌인 ‘고스트:2561’의 큐레이션 등에서 선보인다. 한국에 방문해 인류학자 김성례와 만난 후, 아루나논드차이는 말소된 역사의 해결을 위해 구체화된 지식을 형성하는 집단 추모 의식을 지켜봤다. 〈Painting with history in a room full of people with funny names 6 (working title)〉는 제주 4.3 봉기와 그에 따른 대학살에 대한 추모를 영적, 역사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공동체의 문화적, 영적 치유를 모색하기 위해 무속적, 정치적 내러티브를 덧붙인다. 아루나논드차이의 영상 속에서 김성래가 “애도 작업”이라고 표현한 추모 활동은 제주의 해양 생태계의 구전 지식과 풍습, 바다 양식의 영적 유산, 태국 민주화 운동의 의식적, 수행적 관습과 교차한다.

 

13.자콜비 새터화이트

 

새터화이트는 1990년대의 비디오 게임부터 뉴욕의 퀴어 밤 문화, 카라바조의 회화, 그레이스 존스 등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하지만 그중에 가장 지속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작가의 어머니인 퍼트리샤 새터화이트다. 정신 분열증으로 인한 그녀의 파편화된 정신 상태를 통해 예술이 세상에 대한 더욱 깊은 의식을 그릴 수 있는 회복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게 했다.

 

〈우리가 서로를 다치게 할 때 그곳은 지옥이 된다〉(2020)는 퍼포먼스의 무대와 빛나고 획기적인 흑인 컴퓨터 생성 이미지 여성 로봇이 등장해 작가의 동작을 재연한다. 이로써 근육에 새겨지고 세대를 거쳐 트라우마로 남은 인종차별의 폭력과 고통이 만연한 사회의 진실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트립합과 전자 비트 위에 얹은 퍼트리샤 새터화이트의 목소리는, 고통은 분열을 야기하지만 동시에 공유된 고통을 중심으로 화해하도록 한다는 것을 상기한다.

 

14. 소니아 고메즈

 

천장에 매달려 있거나, 벽에 기대어 있거나, 바닥에 놓여 있는 소니아 고메즈의 조각은 고요함과 긴장감 사이에 얼어붙은 신체를 연상시키며, 연약함과 엄격함의 뚜렷이 다른 조합을 표현한다. 주로 형형색색의 직물 패턴, 유목(流木) 가지, 폐가구 조각 등 주운 물건이나 받은 물건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구조물은 조이고 푸는 물질적 의지를 담고 있다. 고메즈의 작업은 아프리카 민속 전통, 초현실주의 양식, 브라질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작업을 “나의 내면, 신체에 숨겨진 부분, 우리가 보지 못하는 그 부분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전시돼 있는 작품 중 가장 비유적인 〈깃든〉 (2019)은 자신을 가두고 있는 (요람, 둥지, 우리도 될 수 있는) 케이스에 저항하며, 그 제약으로부터 벗어나기 직전의 고통받는 (여성의) 신체를 나타내는데, 이는 인종차별, 가부장적 지배, 성적 학대 등에 대한 지속적인 투쟁을 은유적으로 암시한다. 

 

15. 에이토스(드미트리 파라뉴시킨 & 쿠 데스) 

 

드미트리 파라뉴시킨과 쿠 데스로 이루어진 듀오 에이토스는 스스로를 “오픈 소스 육체정신 운영 체제”라고 부르며, 무용을 통해 이 세계에 존재하는 육화의 윤리를 개발한다. 

 

에이토스는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의 의뢰를 받아 개막식의 절차와 음악을 제공하기 위해 현장에서 관람객의 동선을 개발하고, 관람객으로 해금 육체와 공간 개념을 역설계하는 데 참여하게 한다. 그들은 각 개인의 동기를 집단적 동기로 한데 모아 행렬을 만들고, 파쿠르와 음악적 파노라마(에이토스 작업의 또 다른 층위)를 일부 출품작과 함께 연출한다. 이를 통해, 새 떼와 같은 자체 조직 체계, 그리고 테크노 파티, 댄스, 팀 스포츠 등 집단의식에 대한 그들의 현재 연구(공동 면역과 적응력에 관련된)를 심화시킨다.

 

16. 나사4나사

 

다수의 억압 정권이 민주주의 자유를 참칭하고 있어서 이집트 내 인터넷 접근은 까다로운 문제일 수 있다. 또한 소셜미디어는 민주 세력과 독재 세력 간 정쟁의 장이 된다. 체조와 무용을 익힌 미술가 누라 세이프 하사네인과 살마 압델 살람으로 구성된 듀오 나사4나사는 2016년부터 소셜미디어를 매체로 사용해 왔다. 나사4나사 인스타그램 계정은 동시성, 협업, 공생, 집단 지성, 그리고 공간과 움직임의 관계에 대한 신체적 행위를 실험하는 스튜디오로 사용된다. 머스 커닝엄과 존 케이지, 리지아 클락, 트리샤 브라운, 앙토냉 아르토 등을 레퍼런스로 삼는 나사4나사는 다양한 체육 시설에서 움직임을 연출한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는다.

 

17.아르피타 싱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전시된 작가의 수채화 작품들은 그녀의 소우주들을 관통하는 통로를 만들어내며, 전복적 어조의 제의 구조, 집단적 현실을 목격하는 양태로서의 신화학, 정치적 잔혹성의 반어적 해석, 주관적인 진실을 전하고 있다. 그녀의 무수한 우화들은 심리 상태에 기반을 두며, 약함과 강함, 절망을 감각하는 신체적 증언의 직접성에서 나오는 서사를 만들어 낸다. 역사적 경험에서 나온 연대기들은 싱의 그림에 들쭉날쭉하고 위협적인 분위기의 초현실주의적 형상들로 등장한다. 제복을 입고 무기를 찬 남성들, 꽃 모티프, 새 캐릭터의 권력 다툼은 악몽의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18. 시셀 톨라스

 

후각에 기대어 세상을 관찰하는 냄새 연구가이자 작가이며 화학자인 시셀 톨라스의 작업은 개인과 공동체의 감정 지성을 탐색하고 분자 수준에서 지구와 조응하기 위해 후각에 집중해 여러 분야를 연결시킨다. 전 세계에서 수천 가지의 조향 데이터를 정리한 톨라스는 문화 행동, 경제 발전, 사회 기억, 생태적 취약성의 특징을 해독하는 수단으로서 냄새에 대한 파격적이고 깊이 있는 접근법을 이어 나가고 있다.

 

톨라스는 광주비엔날레를 위한 리서치 방문 기간 중 언어학자 백승주와 한국인의 감정 지성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수십 년간의 탄압으로 점철된 제주의 폭력의 역사와 영적 유산을 연구했다. 70년간 매일 수기와 삽화로 자신의 삶을 기록해온 제주도민 양신하를 소개받은 톨라스는 언어와 기억, 감정 촉발 간의 이례적인 교환을 발견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사진= 광주비엔날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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