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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얼 좀 그렇잖아’ 왜 여성에게만? MLB로 살펴본 패션업계 ‘성차별 논란’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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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9 11:14:59 수정 : 2021-04-09 15: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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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Korea(엠엘비 코리아) 인스타그램 캡처

 

캐주얼 브랜드 엠엘비(MLB)가 지난 8일 성차별적인 광고를 게시해 도마 위에 올랐다. 

 

논란이 된 광고는 모자를 깊숙이 눌러 써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여성 모델을 담은 사진과 함께 ‘런드리 샵 가기 좋은 오후, 쌩얼은 좀 그렇잖아?’, ‘해지는 저녁이라고 방심하지 마! 쌩얼 사수’와 같은 성차별적인 발언을 담았다.

 

특히 ‘쌩얼 주의’와 같이 ‘쌩얼’이라는 단어를 거듭 사용했는데, 이는 한 마디로 여성에게 ‘화장 안 한 민낯 보이지 말고 그냥 모자를 사서 가리고 나가라’고 억지로 권하는 것처럼 해석돼 유감을 빚었다. 

 

광고에 사용된 여성 사진도 문제로 지적됐다. 몸에 딱 달라붙는 짧은 원피스를 착용하고 새빨간 립스틱을 발랐는데,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고질적 성상품화가 반영된 광고’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치연구소 관계자는 “맨 얼굴이면 모자를 눌러 쓰고 다녀야 한다는 문구는 기본적으로 ‘여자는 맨 얼굴로 밖에 나가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담은 것”이라며 “그런 성상품화 논리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몇몇 누리꾼도 이 광고에 ‘화장을 안 한 상태에서는 외출도 하지 말라는 거냐’, ‘지금이 대체 몇년도냐’, ‘화장을 안 한 게 부끄러운 일도 아닌데, 뭘 주의를 하라는 거냐’ 등 분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엠엘비 코리아 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문제의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시한 상태다.

사진=트위터 제공

 

패션업계에서 여성을 둘러싼 성차별 논란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데이즈드 코리아 특집호를 장식하며 컴백을 예고한 빅뱅 리더 지드래곤(본명 권지용)도 2016년 자신의 브랜드에 성차별적인 메시지를 담아 논란이 됐다.

 

그가 런칭한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Peaceminusone)’ 제품의 세탁 라벨에 ‘DO NOT LAUNDRY, DO NOT BLEACH, DO NOT IRON, DRY IN SHADE. BLAH BLAH, F*CK IT JUST GIVE IT TO YOUR MOTHER(세탁하지 마시오, 표백하지 마시오, 다림질하지 마시오, 그늘에서 말리시오, 어쩌구저쩌구, XX 그냥 엄마한테 갖다줘라)’라고 표기돼 있었기 때문.

트위터 캡처

 

특히 ‘Just give it to your mother’라는 문구가 여성의 성 역할을 고착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나아가 전형적인 여성 증오를 드러냈다는 비판도 뒤따랐고, ‘엄마’가 없는 다양한 형태의 가정에 대한 고려와 배려도 없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사진=트위터·인스타그램 캡처

 

당시 누리꾼들은 입을 모아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으나 지드래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었다.

 

앞서 지드래곤은 2016년 9월15일 ‘여자가 자신의 실수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지 못한다면 그 여자는 암컷에 지나지 않는다’는 한 트위터 이용자의 글에 ‘좋아요’를 눌러 성차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디올(Dior) 홈페이지 제공

 

성차별 논란은 비단 국내 패션업체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Chrsitain Dior)도 한국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차별적인 광고로 지탄을 받았었다.

 

앞서 디올은 2016년 4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플래그십 매장 ‘하우스 오브 디올’에서 ‘레이디 디올’ 핸드백을 다양한 작품으로 표현한 전시회를 열었다. 그 중 사진가 이완씨가 내놓은 ‘한국 여자’라는 작품(위 사진)이 논란을 빚었다.

 

문제가 된 사진은 국내의 한 유흥가 앞에서 이른바 ‘명품 백’을 들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소주방’, ‘룸비 무료’, ‘파티타운’ 등의 문구를 담은 간판이 보인다. 

 

일각에서는 ‘성을 팔아 명품 핸드백을 구입하는 여성’으로 한국 여성을 비하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고, 몇몇은 이런 작품을 내놓은 작가뿐만 아니라 이를 전시하기로 한 디올의 결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당시 크리스챤 디올은 “전시회에 전시됐던 이완 작가의 작품으로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전시 중단을 알렸었다.

사진=트위터 캡처

 

옆나라 일본 패션업계에서는 생리 중인 여성 직원에게 ‘배지’를 달게 한 브랜드가 뭇매를 맞았다.

 

2019년 일본의 패션 브랜드 미치카케는 ‘여성의 생리를 부끄러운 것이라 여기며 숨기고 쉬쉬하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로 생리 배지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앞서 당시 일본에서는 여성들이 생리로 겪는 다양한 경험과 고충을 담은 영화 ‘생리 짱’이 흥행 중이었다.

 

하지만 당시 일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지극히 성차별적이며 사생활 침해다’, ‘직원의 생리를 굳이 고객에게 알릴 필요가 있나’, ‘성희롱이다’ 등 날선 비판이 빗발쳤다.

사진=무신사 제공

 

비교적 최근에는 국내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마케팅도 성차별 논란을 불렀다.  

 

무신사는 지난달 여성 고객들에게만 쿠폰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진행했고, 이에 문제 제기를 한 남성 이용자의 계정을 정지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조만호 대표는 지난달 8일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해당 고객분의 계정이 정지된 것은 게시판 댓글 운영 정책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어 “논란이 된 쿠폰은 여성 고객의 구매 확대를 목적으로 발행됐으며 최초에는 여상 상품에만 적용됐으나 지난해 8월 일부 남녀 공용 브랜드까지 포함됐다”며 “성별에 따라 혜택을 제공하는 쿠폰 및 프로모션은 이미 발행된 쿠폰을 마지막으로 중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 해명에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무신사의 온라인 쿠폰을 둘러싼 남녀차별 논란이 제기돼 갑론을박을 일으킨 바 있다.

 

조 대표의 ‘수습’에도 당장은 관련 플랫폼 이용자들의 거센 비판은 줄지 않은 바 있다.

 

한편 국회에서는 성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양성평등기본법과 관련해 위반에 따른 제재나 피해자 구제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강민선 온라인 뉴스 기자 mingt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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