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내부 분열·반목 심각한 문제
당권에만 욕심내는 사람들 많아”
주호영 “우리가 잘해 이긴거 아냐
오만 땐 분노 민심 파도 덮칠 것”
초선 42명, 세대교체 목소리 내
일각선 불편한 심기… 해결 주목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에선 8일 “여당이 패배한 것이지 야당이 승리한 게 아니다”며 쇄신·혁신 요구가 쏟아졌다. 당의 중도 개혁성을 강화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떠난 뒤 야권 정계개편 과정에서 내부 갈등과 혼란이 노출돼 또다시 민심을 놓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당을 떠난 김 전 위원장은 고별사에서 재보궐선거 압승과 관련해 “국민의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아직 부족한 것투성이고,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 분열과 반목”이라며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 세력에 의존하거나,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하고,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내는 사람들이 아직 내부에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 갈등과 욕심은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언제든 재현될 조짐을 보인다”며 “개혁의 고삐를 늦추면 당은 다시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을 회복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된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도 이날 의총에서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이 잘해서 지지한 게 아니라 민주당과 현 정권이 워낙 민심과 어긋나는 폭정을 해 심판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 권한대행은 페이스북에서도 “우리가 자칫 오만하고 나태해지면 분노한 민심의 파도는 우리를 향할 것”이라며 “성난 민심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우리 당의 혁신과 야권 대통합이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힘을 야권 대통합의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초선 56명 중 42명이 참여했다. 당의 세대교체를 이루고 ‘영남 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자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합당,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계 설정 등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이 노출되거나 시대착오적 행태가 반복되면 내년 대선에서 재집권이 어려워질 수 있다.
당장 초선 의원들의 제기한 ‘영남당 논란’과 ‘세대교체론’에 당 일각에선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다. 현재 차기 당 대표 후보로는 5선 정진석·조경태·주호영 의원과 4선 박진·홍문표 의원, 3선 윤영석 의원이 거론된다. 나경원·김무성 전 의원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주 권한대행 후임 원내대표로는 4선의 권성동·김기현 의원과 3선 김태흠·유의동 의원이 거명된다. 주 권한대행이 당권 도전을 결정하면 원내대표 선거 일정이 당겨질 수 있다. 국민의힘과 합당을 선언한 국민의당 안 대표와 합당 시기도 쟁점 중 하나다. 안 대표가 제1야당의 품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과 이를 경계하는 시각이 공존한다. 당 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단일지도체제’와 최고위원들에게 권한을 분산하는 ‘집단지도체제’ 등 지도부 권력 재편에 대한 논쟁도 있다.
일각에서 이번 재보선 승리의 주역인 김 전 위원장 재추대론도 제기하지만 현재로는 가능성이 작다.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김 전 위원장을 다시 모신다든지 재추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쉬워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일정 기간 휴식을 취한 뒤 야권 정계개편과 윤 전 총장 등 대권 주자들의 레이스 과정에서 재등장해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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