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름세 둔화 추세와 다른 분위기
주택공급정책 정부·지자체 협력 필수
서울시, 층고 제한 완화 등 일부만 가능
전문가 “양극화 심화 우려 신중히 해야”

“취임하면 일주일 이내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보궐선거 과장에서 공약한 내용이다. 오 시장은 재건축·재개발·뉴타운 활성화를 통한 18만5000가구 공급과 한강변 아파트 층고 제한 50층으로 완화 공약도 제시했다.
이런 오 시장이 당선되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 가능성과 아파트값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 시장의 규제 완화가 가시화할 경우 한동안 주춤했던 서울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과 2·4공급 대책, 정부와 서울시 의회, 국회 다수당을 차지한 여당 의원들의 규제 기조 유지 방침 등과의 충돌로 그렇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맞선다.
오 시장 취임일인 8일 당장 정부가 서울시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투기수요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 불공정 거래 근절 등 부동산정책의 큰 틀은 흔들림없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는 “여야를 떠나 부동산시장 안정과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지향점은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주택공급은 후보지 선정, 지구지정, 심의·인허가 등 일련의 행정 절차상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상호협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서울시 독단으로 바꿀 수 있는 시장 규제는 거의 없다는 말을 에둘러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도심 공공주택의 경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합동으로 후보지를 공모하고 서울시가 자치구 협력하에 정비계획 수립한 뒤 다시 서울시가 심의·인허가를 진행한다. 정부는 관련 법령 정비와 예산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서울시와 함께 이를 추진한다.
홍 부총리가 이처럼 새 서울시장 취임일에 작심 발언을 한 것은 보선 과정에서 재건축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 집값이 불안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최근 강남구 압구정동 등 일부 초고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출현이 지속됐다. 이는 2·4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조금씩 둔화되는 등 어렵게 시장 안정세가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와 대비된다.
오 시장이 공약처럼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단숨에 풀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 시장의 재임 기간이 1년 3개월에 불과한 게 첫번째 난관이다. 또 한강변 층고 제한 완화, 재건축 단지 이주 시기 조정 등 일부를 제외하면 서울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규제 완화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오 시장이 작심하고 서울시 조례를 바꾸려 해도 서울시 의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안전진단 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 재건축 시장 대표적인 규제는 국회에서 도시정비법 등 관련 법률을 바꿔야 한다. 국회 역시 여당이 다수라 이들 법률의 개정 가능성이 극히 낮다. 오 시장이 할 수 있는 것은 말 그대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시장의 규제 완화는 반대 당 소속 의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서울시 의회라는 ‘허들’부터 넘어야 하는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며 “서울 주택시장도 정비사업에 우호적인 도시정책의 큰 변화가 있을 경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또 그렇지 못한 지역과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어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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