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전투기(KF-X)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장관이 7일 전용기로 방한한다. 오는 9일로 예정된 KF-X 시제1호기 출고식에 참석하고, 서욱 국방부장관과의 회담 및 최고위급 인사와 만날 예정이다.
이번 방문으로 KF-X 개발 분담금 미납 등의 문제가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2015년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사업비 8조7000억 원을 공동 부담해 2026년까지 KF-X를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사업비의 20%인 1조7000억 원을 투자하고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 등을 이전받아 자국에서 48대의 IF-X를 생산하는 조건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2017년 하반기 분담금부터 지급을 미뤘고, 현재 6044억원을 연체했다. IF-X 생산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려는 징후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는 분담금 규모 축소 또는 지급 일정 조정 등을 원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접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경제난과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한 인도네시아가 프라보워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분담금 지급에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다. 방산업계 소식통은 “‘분담금 미납은 잘못이지만, 우리가 채무자는 아니다’라는게 인도네시아의 태도”라며 “이번에 분담금 문제를 거론해도 인도네시아가 적극적으로 호응할지는 확실치않다”고 전망했다. 반면 분담금 미납 문제가 거론될 것을 알면서도 프라보워 장관이 방한했다는 점을 들어 사업 지속 의지 재확인 등 원론적 수준에서라도 언급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9년 대우조선해양에 2차로 주문한 잠수함 3척의 계약금 납입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인도네시아가 요구하는 50억 달러(5조6000억 원) 차관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식량 개발 특임장관을 겸하는 프라보워는 정글지역을 개간하는데 필요한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넓은 국토를 갖고 있으나 정글 등 농토로 활용하기 어려운 땅이 많아 식량 자급율 향상에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고자 77만 헥타르 규모의 개간사업을 추진중인데 소요비용이 250억 달러(약 28조 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소식통은 “정글을 농토로 완전히 바꾸려면 20∼30년의 시간과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며 “한국에 차관을 요구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중국 웨이핑허 국방부장도 프라보워와 식량 개발 문제를 논의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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