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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 재판서 “북한은 독립된 외국 아니다” 판단 나온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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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7 06:00:00 수정 : 2021-04-07 00: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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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기업, 국내 기업 상대 대금청구 소송 패소
“남북한, UN 동시 가입…상대측 국가로 승인 안 해”
“남북 교역, 민족 내부 교역으로 특별 취급 고려”
북한 기업이 한국 기업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물품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서울중앙지법은 6일 북한 경제단체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과 명지총회사, 남북경제협력연구소 김한신 소장이 한국 기업 4곳을 상대로 제기한 물품대금 청구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날 공판을 마친 김한신 소장이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민사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가 ‘북한은 독립된 외국이 아니다’라고 정의내렸다. 북한 기업이 국내 기업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물품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제기한 소송을 처리하면서다. 재판부는 북한 기업의 청구는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김춘수 부장판사는 6일 북한 경제단체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과 명지총회사, 남북경제협력연구소 김한신 소장이 한국 기업 4곳을 상대로 제기한 물품 대금 청구 소송을 원고 패소 판결했다. 북한 기업이 원고 자격으로 국내 법원에 소송을 낸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민경련에 가입돼 있는 명지총회사는 2010년 아연을 국내 기업들에 공급했으나 5·24 조치로 대북 송금이 금지되면서 53억원 상당을 받지 못했다며 2019년 물품 대금 청구 소송을 냈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거래를 중개한 중국 기업에 대금을 모두 납부했다고 맞섰고, 재판부는 국내 기업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안을 판단하기에 앞서 북한 기업이 원고로 참여한 소송을 국내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재판부는 “남북한이 국제연합(UN)에 동시 가입했으나 서로 국가로 승인하지 않았고, 남북 교역이 국가 간 무역이 아닌 민족 내부 교역으로 특별한 취급을 받는 사정을 고려할 때 북한을 독립한 외국으로 볼 수 없다”며 “다만 외국에 준하는 지역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2004년 대법원 판례를 준용한 것이다.

 

이어 재판부는 “남북한 사이 법률관계는 국제사법의 규정을 유추 적용해 재판관할권을 정할 수 있다”며 “원고와 피고 사이 계약서가 있고 소송에 필요한 증거들이 대한민국에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한국 법원이 재판 관할권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지총회사가 국내 회사들과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증거와 변론에 비춰보면 오히려 제3의 회사가 명지총회사 또는 다른 북한 기업으로부터 아연을 매수해 피고 회사들에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북한 기업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김 소장은 재판이 끝난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 못해 패소했는데, 변호사와 상의해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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