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익산에 사는 A씨(37) 가족은 지난 3월 말, 아버지 명의의 만기 적금을 수령하기 위해 금융기관을 찾았다가 황당한 말을 들어야만 했다.
사연은 이랬다. A씨의 아버지(73)는 올해 초 갑자기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현재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로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치료를 받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로 사업까지 어려워지면서 1000만원이 넘는 아버지의 병원비 납부조차 버거워졌다. 결국 A씨의 가족들은 아버지의 만기적금 약 5000만원을 수령하기로 했다.
A씨는 어머니와 함께 해당 금융기관을 방문했다. 하지만 해당 금융기관에서는 “본인이 직접와서 적금을 수령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아버지의 상태를 자세히 이야기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같았다는 게 A씨의 설명이었다.
뉴스1에 따르면 A씨는 아버지의 담당 의사에게도 도움을 청했고, 담당 의사는 A씨 아버지의 상태를 해당 금융기관에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A씨는 “당시 담당의사가 금융기관 관계자에게 중환자실에 들어오려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니 병원 앞으로 환자를 데리고 나가 볼 수 있게도 해주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해당 금융기관은 담당의사에 물음에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가족과 상의 끝에 아버지가 현재 입원한 병원에서 김제의 한 요양병원으로 이송하는 중간에 해당 금융기관을 잠깐 들리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2일 오전 11시께 A씨의 아버지는 산소호흡기를 단 상태에서 구급차를 타고 금융기관을 방문했다. 금융기관 관계자는 A씨의 아버지 얼굴과 신분증을 확인한 뒤 만기 적금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은 A씨 아버지의 지장을 찍거나 서명을 받지 않았다.
A씨는 “담당 의사가 아버지의 상태를 설명해도 본인이 직접 와야지만 수령할 수 있다고 금융기관은 되풀이 했다”며 “이런 상황을 다른 사람들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 같아 이번 사례를 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해당 금융기관 관계자는 “민원인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만기 적금 제3자 수령 시 가족 간에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실제로 다른 금융기관의 경우 이 같은 문제로 직원이 징계를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융실명법 등에 의해 본인 외에는 적금을 지급할 수 없지만 우리는 입장을 이해하고 가족들의 인감증명서와 위임장을 제출한다면 적금을 지급해줄 수 있다고 안내했다”며 “무조건 본인이 직접 와서 만기적금을 수령해야 한다고 한 것은 아니며, 민원인을 생각해 충분히 방법을 제시했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병원으로 출장을 가려고 했지만 중환자실에 들어가려면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받아야한다고 해 가지 못했다”면서 “병원측에서 병원 앞까지 환자를 데리고 나온다고 했다는 것은 직원들에게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