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법인세 하한선 설정돼도 美기업 경쟁력 저하 막기 어려울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가 세계 주요 국가들의 법인세 인하 경쟁을 막기 위한 국제적인 법인세 하한선 설정 작업에 착수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CCGA) 연설에서 법인세율 최저선 설정 문제를 주요 20개국(G20)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는 또 구체적인 법인세 하한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설정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뉴욕 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한국은 G20과 OECD 회원국이어서 미국의 주요 협의 대상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옐런 장관은 또 다국적 기업이 조세 회피처를 이용해 세금을 내지 않거나 이를 절세 수단으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미국과 함께 다른 주요 국가들이 동참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포춘 500개 기업 중에서 조세 회피처로 본사를 옮기는 등의 편법으로 지난 3년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기업이 51∼52개에 이른다고 NYT가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2조 2500억 달러(약 2540조 원) 규모의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한 추가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면서 이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현재 21%인 법인세율을 28%로 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조 맨친 상원의원이 법인세율을 25% 정도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는 또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 통로를 차단해 세수를 늘릴 계획이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 기업의 해외 수입에 대한 최소 세율을 현행 10.5%에서 21%로 올리고, 외국 기업의 미국 내 수입에 부과하는 세금도 인상할 예정이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법인세율을 올리고, 다국적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인상하면 미국 기업의 국제적인 경쟁력이 떨어지고, 해외 기업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꺼릴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주요 국가에 법인세 인하 경쟁 중단 및 다국적 기업 과세에 동참해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정부도 다국적 기업에 대한 최소 세금 부과 방안을 100여 국가와 협의했다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추동력을 잃었으나 바이든 정부가 이를 되살리려 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전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조세재단의 분석을 인용해 1980년 전 세계적인 법인세율 평균은 40%였으나 2020년에는 23%로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OECD는 법인세율이 30%를 넘는 국가가 2000년에 55개국이었으나 현재 20개국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또 2017년 전 세계 다국적 기업이 얻은 이익의 40%가량이 조세 회피처로 옮겨졌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OECD에서는 최소 법인세율을 12%로 설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NYT는 “글로벌 법인세 하한선이 설정될 경우에도 이것이 미국의 법인세율보다는 낮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 기업의 경쟁력 저하를 막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법인세율이 올라도 미국 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