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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서 잇따르는 아시아계 증오범죄, 방치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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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5 23:13:32 수정 : 2021-04-05 23: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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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 말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는 20대 흑인 남성이 한인 슈퍼마켓에 난입해 쇠막대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한인 부부에게 “중국인들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3일 캘리포니아주에서는 60대 아시아계 여성이 반려견 두 마리와 산책하던 중 흉기에 복부를 찔려 숨졌다. 지난달 중순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백인 남성의 충격으로 한인 4명 등 아시아계 여성 6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유사범죄가 미국 곳곳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아시아계 증오범죄는 코로나19 대유행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선동정치가 뒤엉켜 초래한 재앙이 틀림없다. 미국에서 중국 우한이 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되면서 반(反)아시아 정서가 퍼졌다. 지난해 미국 주요 16개 도시에서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가 전년보다 149%나 늘었다. 뉴욕 경찰에 접수된 사례는 2019년 3건에서 지난해 28건, 올해 35건으로 급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도 때도 없이 “(코로나19는) 중국 바이러스” 등 온갖 막말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재미교포 클로이 김조차 “집을 나설 때 항상 최루액 분사기와 호신용 무기를 휴대한다”고 할 정도다.

미국 사회가 “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며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지난주 뉴욕, 워싱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60개 도시에서 아시아계 증오 반대 시위가 열렸다. 뉴욕타임스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증오범죄에 맞서 정치적으로 단결하고 있다고 전하며 차기 뉴욕시장 유력 후보로 대만계 정치인 앤드루 양을 꼽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백인우월주의는 미국을 괴롭혀 온 추악한 독”이라며 증오범죄에 단호히 대처할 것임을 천명했다. 민주주의·인권 가치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피부색 때문에 사람이 희생되는 반인권적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애틀랜타 총격 사건 현장과 희생자 장례식장, 추모집회 등에 한 차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니 외교관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미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250여만명의 재미교포와 미국 체류 한국인의 신변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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