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 구속영장 신청… 투기 의혹 제기 뒤 처음
LH 수사엔 속도… ‘몸통’ 공무원·정치인 수사 더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비리를 수사 중인 경찰이 3기 신도시 광명·시흥지구에서 LH 직원과 의사 등이 포함된 32명 규모의 투기 의심 집단을 적발했다.
경찰은 연결고리 역할을 한 현직 LH 직원 A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LH 직원 관련’ ‘광명·시흥지구’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다른 개발 예정지나 공무원·정치인 등에 대한 수사는 표면적으론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 LH 직원 첫 구속영장 신청…검찰, ‘보완 요청’
5일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지난 2일 밤 광명·시흥지구 투기 의혹을 받는 A씨와 지인 B씨, 경기도 전 투자유치팀장 C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 취득죄 등을 적용했지만, 검찰은 경찰에게 일부 내용을 보완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경찰이 LH 직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건 지난달 2일 시민단체 등이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 뒤 처음이다. 특히 A씨의 경우 시민단체 등의 고발이나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인물로, 경찰의 내사 과정에서 혐의점이 드러난 사례다. 그는 다수의 3기 신도시 예정지 안팎의 토지를 사들여 ‘강사장’으로 불리는 LH 간부 강모씨보다 더 핵심인물로 꼽힌다.

경찰은 현재 광명·시흥지구 투기 혐의자들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눴다. 이 중 강씨와 A씨는 각 집단을 대표하는 인물로 분류된다.
이른바 ‘강사장’으로 불리는 강씨는 과천의왕사업단의 보상 담당 업무를 맡으면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지인들과 시흥시 과림동과 무지내동 일대 토지를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대상인 LH 전·현직 직원 가운데 광명·시흥 일대에서 가장 많은 땅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림동과 무지내동 일대에선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강씨를 포함해 28명이 14필지를 투기 목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다만 강씨가 연결고리가 돼 내부 정보가 흘러갔는지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았다.
◆ A씨 ‘고리’ 역할…경찰 “정보 연관성 살펴봐”
반면 경찰은 광명·시흥지구 노온사동 일대 22개 필지를 사들인 36명에 대해선 A씨가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LH 지역본부에서 근무하면서 내부 정보 등을 이용해 원정투기를 하거나 조장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2017년 3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B씨를 비롯한 지인들과 광명·시흥지구 예정지인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에서 땅을 사들여 강씨보다 6개월 정도 매입 시점이 앞섰다.
경찰은 강씨가 토지를 매입하기 전 전북 쪽에서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를 대거 매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연결고리를 찾던 중 A씨의 존재를 확인했다. LH 지역본부 관련자와 이 지역 의사들이 A씨의 정보에 따라 광명·시흥지구 토지 매입에 가담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투기 의혹을 제기한 LH 전·현직 직원 일부도 A씨로부터 개발 정보를 건네받았다는 것이다.
A씨는 2017년 3기 신도시 개발부서에서 근무했는데, 신도시 예상지역의 개발 제한 해제를 검토하거나 발표 시점 결정 등 업무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명의 대신 가족과 친구 등 지인 명의로 땅을 사들였는데, 각각의 구매 시점이 A씨 근무처에서 특정 개발 관련 사항이 확정될 시기와 맞물려 내부 정보를 주변에 공유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등을 두고 시기별로 (내부 정보와) 매입 시점의 연관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경찰 “LH 수사가 핵심”…‘몸통’ 공무원·정치인 수사는?
경찰은 현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방대한 자료와 A씨 등을 중심으로 한 정보의 흐름을 살펴보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명·시흥지구와 하남 교산지구 등의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청의 경우, 사건 초기 82명을 투입한 뒤 최근 수사인력을 256명까지 늘렸다.
경기남부청은 현재 159명(38건)의 혐의자들에 대해 내사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고소·고발을 제외한 자체 수사에서 적발한 사례는 73명(21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중에는 공무원·시의원 등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민단체 등에선 “LH 직원 외에 정치인과 전·현직 국토교통부 공무원 등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의 고소·고발을 제외하면 공무원·선출직공무원(의원), 재계 인사 등에 대한 수사는 표면적으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전체 내사·수사 대상자 가운데 83명(13건)은 경기남부청 산하 일선 경찰서에서 사건을 맡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사건 초기 온 국민의 관심이 LH 투기 의혹에 쏠리면서, 무게 중심이 LH로 다소 몰린 탓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LH 직원의 투기 의혹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며 “LH 관련 수사를 잘 해결하면 정관계 인사 등에 대한 수사는 (보다) 수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