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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고립 팬데믹’ 우려에…日, 고독·고립 담당 장관직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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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5 15:57:03 수정 : 2021-04-05 15: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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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문제 전담 차관 임명한 영국 벤치마킹…정신건강 문제 해결에 나서
정부 움직임에 ‘회의적’ 시각도…일각선 “그냥 쇼일뿐” 비판 제기
지난 2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중인 일본 수도 도쿄도(東京都)의 한 공원에서 노인이 혼자 벤치에 앉아 있다. 도쿄=연합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령의 장기화로 외부와의 접촉이 끊긴 이들이 외로움 등 심리적 고통을 겪는 등 이른바 ‘고립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세 차단뿐만 아니라 국민의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관련 부서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2월 고독·고립문제를 담당할 장관직을 신설, 사카모토 데쓰시 저출생 대책 담당상이 겸임하도록 하고 인력 31명을 배정했다.

 

일본의 이 같은 조치는 영국의 대응을 본뜬 것이다. 앞서 영국 정부는 2018년 스포츠·시민사회부 차관을 외로움(loneliness) 담당 차관으로 임명하고 현재도 이 제도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과 영국 정부가 직접 국민의 정신 건강을 살피겠다고 나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후 우울감과 불안을 호소하는 국민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이런 정신적 고통이 국민의 건강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이들 정부의 판단이다.

 

올초 영국 정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영국민 4분의 1 이상이 ‘항상 또는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미국 하버드대의 한 연구진도 지난해 10월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이 늘었으며 특히 젊은층과 자녀를 키우는 여성들 사이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고독감은 생명까지 위협하기도 한다.

 

미 ABC 방송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휩쓴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의 과다 복용으로 병원을 찾은 사례는 직전 해보다 29% 늘었고 이로 인한 사망도 17% 증가했다.

 

ABC 방송은 혼자 물리적으로 고립됐을 때 오피오이드를 과다 복용하면 신고해줄 수 있는 이가 없어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도 사회적 고립과 관련된 심장 질환이 29%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외로움을 잘 느끼는 이는 국가가 지원하는 건강보험으로 15년간 평균 1만6600달러(약 1900만원)을 더 쓴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가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주도하는 데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초솔로 사회’를 펴낸 일본 작가 아라카와 가즈히사는 혼자 사는 이들을 연결해 줄 필요가 있다면서도 정부가 이런 역할을 직접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최근 자국이 신설한 고립·고독 장관직에 대해 자신의 블로그에서 “그저 쇼일 뿐”이라면서 실패한 저출산 대책과 비슷한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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