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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시아계 증오범죄 급증에… 한국계 피해도 속출

입력 : 2021-04-04 22:00:00 수정 : 2021-04-04 22: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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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청년 “중국으로 돌아가라” 욕설
한인 편의점서 쇠막대기로 난동 부려
청소년이 길거리서 한국계 부부 폭행
사건 영상 확산… 범인 넉달 만에 체포
교포 선수, 하루 수십통 증오문자 받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에 흑인 청년이 들어와 쇠막대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는 모습이 편의점 감시카메라 영상에 포착되고 있다. 샬럿옵서버 홈페이지 캡처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노린 증오범죄가 잇따르면서 한국계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지역 매체 샬럿옵서버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성열문 캐롤라이나한인회연합회 이사장이 운영하는 편의점에 국방색 조끼에 검은 비니를 눌러쓴 흑인 청년이 들어와 도로 표지판 기둥으로 보이는 쇠막대기를 휘두르며 난동을 부렸다. 그는 작은 선반을 바닥에 넘어뜨리더니 카운터에 있는 성 이사장 부부를 향해 “xx 중국인들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다른 손님들은 청년의 만행에 깜짝 놀라 서둘러 매장을 빠져 나갔고, 청년은 냉장고 유리문 등을 닥치는 대로 때려 부쉈다. 이 장면은 매장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청년은 냉장고에서 에너지음료를 꺼내 마시던 중 샬럿 대중교통 환승센터 인근 보안을 책임지는 민간업체 직원들에게 붙들렸다. 샬럿·메클렌버그 경찰은 신원이 재비어 라시 우디사일러스(24)로 확인된 이 청년을 무기를 이용한 강도, 협박, 재물손괴 등 혐의로 체포했으며 증오범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난동을 응원하던 우디사일러스의 친구는 이후 매장으로 돌아와 난장판이 된 가게를 정리하던 성 이사장 부인에게 성희롱적 발언과 욕설을 쏟아냈다고 한다. 성 이사장의 아들 마크 성(35)은 “평생 인종차별을 경험했지만 감염병(코로나19) 이후 더 두드러졌다”며 “이런 종류의 사건이 벌어진 게 처음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성 이사장은 “강도가 아닌 100% 증오범죄”라며 “이런 문제를 공론화해 아시아인들이 함께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노린 증오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 3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열린 집회 참가자들이 ‘증오를 끝내자’, ‘우리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오클랜드=신화연합뉴스

워싱턴주 터코마에서는 길거리에서 한국계 부부를 폭행한 청소년이 범행 4개월여 만에 체포됐다. 사건은 지난해 11월19일 발생해 신고도 접수됐지만, 사건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최근 소셜미디어상에 확산하면서 용의자 체포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피해자 가족이 뉴스를 통해 동영상을 접하고 난 뒤에야 신고 사건과 동영상 속 사건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해명했다.

 

동영상을 보면 빨간 상의를 입은 사람이 부부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남성을 향해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둘렀다. 아내로 보이는 여성이 ‘하지 마’라거나 ‘헬프 미’라고 외쳤지만 다른 10대들은 옆에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또 다른 동영상에서는 가해자가 남성 피해자에게 욕설을 퍼붓는 가운데 피해자가 맞았거나 밀쳐진 듯한 장면이 담겼다. 피해자는 갈비뼈가 부러지고 얼굴에 멍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터코마경찰 공보관 웬디 해도는 “피해자는 가해자들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15세 용의자를 2급 폭행 혐의로 체포했으며, 증오범죄로 기소할지는 검찰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남성은 최근 현지 방송 KIRO와 인터뷰에서 한국어로 “가해자를 용서한다. 그가 나쁜 행동을 했다는 걸 깨닫고 더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면서도 “아시아인을 겨냥한 폭력 사건이 제대로 조사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스노보드 선수 클로이 김. AFP연합뉴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재미교포 스노보드 선수 클로이 김(21)은 “소셜미디어로 하루 수십 통, 매달 수백 건의 증오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2일 미 스포츠매체 ESPN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그는 2014년 애스펀 X게임 대회에서 하프파이프 첫 메달을 딴 이후부터 “중국으로 돌아가라. 백인 소녀들로부터 메달을 뺏는 것을 관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코로나19로 (증오범죄가) 더욱 악화했다. 집을 나설 때는 전기충격기, 최루액 분사기, 호신용 칼 등을 꼭 챙긴다”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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