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사의 범죄에 관해 수사·기소권을 우선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담당 재판부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공수처 주장의 타당성은 '김학의 위법 출국금지' 의혹으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의 재판 과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4일 뉴시스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검사 사건에서 공수처가 검찰보다 우선적으로 수사 및 공소제기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라는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 질문에 위와 같이 답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달 12일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위법 출국금지 논란에 연루된 이성윤 검사장 등 사건을 검찰로 이첩하면서 '기소 시점에는 다시 송치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검사의 사건에 관해서는 공수처가 우선적으로 수사·기소권을 가진다는 입장이다. 이 검사장 등 사건의 경우 기소권은 공수처에 남겨두고 수사권만 검찰에 넘기는 일종의 재량 이첩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검찰은 사건이 이미 넘어온 이상, 공수처가 수사·기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검찰의 수사·기소권은 검찰청법 등에서 부여한 권한이지, 공수처의 이첩 행위에 따라 행사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공수처가 현행법상 검사 사건에 관해 수사·기소권을 검찰보다 우선적으로 보유·행사할 수 있는지', '사건뿐 아니라 권한도 이첩 대상일 수 있는지', '기소권 행사를 유보한 재량 이첩이 가능한지', '법령에 근거하지 않고 일부 권한을 위임하는 게 가능한지' 등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대법원 측은 "문의한 사항은 법률의 해석·적용과 관련된 것"이라며 "법원에 구체적 사건이 계속돼 그에 관한 판단이 필요할 경우 담당재판부가 법률을 해석·적용하여 판단할 사항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음을 양해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사실상 이규원 검사의 재판에서 이첩 논란이 판가름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 1일 이 검사 등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재판이 시작되면 이 검사 측은 '공수처 수사대상인데, 검찰이 기소했으므로 공수처법을 위반한 것이다'는 취지로 공소기각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공수처는 검찰이 검사 등 사건을 수사한 뒤 공수처로 송치하라는 내용의 사건사무규칙 제정을 추진 중이다.
때문에 이 검사 사건의 재판부가 내리는 판단이 향후 공수처와 검찰의 관계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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