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를 창조하는 뇌, 뇌를 창조하는 세계/디크 스왑/전대호 옮김/열린책들/4만5000원
뇌만큼 신비로운 신체기관이 있을까. 연구를 통해 그 신비가 차츰 모습을 드러내는 듯하지만, 여전히 뇌의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우리는 뇌를 통해 사고하고 판단한다. 다른 신체에 명령을 내리고 감정을 표출하거나 갈무리하는 것도 모두 뇌의 역할이다. 그래서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왕왕 뇌를 파헤칠수록 철학자가 된다는 말이 나온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역시 전부 뇌의 창조물이다. 뇌는 예술을 창조하고, 예술은 다시 우리를 치유한다. 반면 빈곤, 차별, 폭력 등 스트레스 상황은 뇌를 병들게 하고 병든 뇌는 사회문제로 돌아온다. 뇌는 세상과 소통하며 변화하는 것이다. 태어났을 때 350g에 불과한 우리의 뇌는 나이가 들면서 연결망의 75%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사회적·문화적 환경은 그 연결망 형성에 중요하고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뇌과학은 단순히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밝혀내는 학문이 아니라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는 작업이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집단을 이뤘고 다양한 소통 방식을 통해 뇌를 급격히 발달시켰다. 환경의 수많은 자극을 통해 뇌는 예술, 과학, 기술 등 고도의 문화적 환경을 창조해냈다. 뇌의 창조성이 곧 문명의 진보를 의미하기에 우리가 어떤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또 이를 통해 우리 뇌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등을 탐구하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
우리는 뇌가 상호작용할 환경이 어떤 모습일지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방치, 학대, 아동 성폭행 같은 사회적 요인들은 우울증, 조현병, 경계성 성격장애 같은 정신의학적 질병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 도시화, 차별, 이민 같은 스트레스 요인도 마찬가지다. 약 2억명의 아동은 극단적인 빈곤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완전히 펼치지 못한다. 뇌의 창조적 활동에 제약을 거는 나쁜 환경들이 우리를 다시 병들게 할 것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드 보노가 말했듯, 창조성이 없다면 진보도 없을 것이며 우리는 늘 똑같은 패턴을 반복할 것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저명한 신경과 의사이자 뇌과학자인 저자는 책 ‘세계를 창조하는 뇌, 뇌를 창조하는 세계’에서 뇌의 본질적 특성인 ‘창조성’을 바탕으로 뇌에 대한 수많은 질문에 답한다. 여기에 172개의 도판과 153개의 명언, 각종 그림 등을 첨부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조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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