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 규제 완화
연신내역 인근은 종상향 등 대상
창동 준공업지역도 개발대상 포함
용적률 300% 상향 등 규제 풀어
건물노후도 기준 낮춰 정비 추진

정부가 2·4 공급대책에서 예고했던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의 1차 후보지가 31일 베일을 벗었다. 영등포역 인근 역세권과 도봉구 창동 준공업지역, 은평구 불광동 저층 주거지역 등 서울의 21곳이 1차로 사업 검토 대상에 올랐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계기로 공공 주도 개발사업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 후보지들에서 제대로 사업이 추진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등포역·쌍문역 등 역세권 9곳 고층단지로 탈바꿈
이번에 발표된 역세권 후보지 9곳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영등포역 인근 부지로, 면적이 9만5000㎡에 달한다. 현재 2종 일반주거지역인데 3종이나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고, 현재 156% 수준인 용적률을 400∼500%까지 끌어올려 205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와 고층 업무·상업시설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그간 고도 제한에 묶여 층수를 높이지 못했던 가산디지털단지역 주변도 고층 아파트와 상업·문화시설이 어우러진 복합시설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용적률을 현재 116%에서 400∼500%까지 올려 주거공간을 충분히 공급하고, 이를 통한 개발이익으로 지역 내 도서관, 노인 여가복지시설 등을 확충하게 된다.
은평구 불광동 연신내역 인근 지역도 종상향과 용적률 인상을 통해 주거산업복합거점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곳은 지하철 3·6호선 환승역에 인접한 저층 상가·주택지역임에도 주변의 은평뉴타운 등 각종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민간 차원의 개발이 추진되지 못하면서 노후도가 83.3%에 달한다.

◆창동 준공업지역, 불광동 저층 주거지도 고밀 개발
이번에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도봉구 창동의 준공업지역은 과거 대표적인 섬유산업 밀집지였다. 1980년대 대형 공장들은 수도권 다른 지역이나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주택들이 들어섰지만, 이미 노후화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 국토부는 이 지역의 경우 용도지역은 바꾸지 않고, 현재 173%인 용적률만 300% 안팎으로 올려 고밀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저층 주거지 유형에 포함된 은평구 옛 증산4구역은 1차 선정지 중 가장 넓은 면적(16만6022㎡)으로 복합개발을 통해 4139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추산된다.

◆투기방지 등 향후 대책도 제시
정부는 이번에 선정된 지역에 법정 상한의 최대 140%(최고 700%)까지 용적률을 높여주고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각종 도시규제를 완화해 줄 방침이다. 다만 전체 주택 물량의 70∼80%는 공공분양으로 공급하고 환매조건부 주택과 공공임대도 일정 비율 포함해야 하는 등 제약도 있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현재 3분의 2(66.7%) 이상으로 설정된 노후도 기준을 낮춰 20년 이상 된 건축물이 60% 이상인 경우에도 정비사업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번에 1차 후보지 발표에 이어 4월과 5월에는 각각 서울 2·3차 지자체 제안 후보지를 발표하고, 6월엔 경기도와 인천, 지방 5대 광역시 후보지를 공개한다. 후보지들은 지자체 등과 협의를 거쳐 7월까지 세부 사업계획안을 수립한 뒤 예정지구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후보지의 투기방지 대책도 함께 제시했다. 지구 지정 1년 전부터 지구가 확정될 때까지 해당 지구와 인근 지역의 부동산 거래를 정밀 분석하기로 했다.

◆첫발 뗀 도심 복합개발, 주민 동의 성패 좌우
정부가 31일 후보지를 발표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은 2·4 공급대책의 핵심이자, 선봉 역할을 맡고 있다. 신규 택지 공급을 제외하면 2·4 대책 중 가장 많은 물량을 담당하고 있고, 최소 5년 정도 소요되는 신규 택지개발보다 주택 공급 속도도 훨씬 단축할 수 있다. 다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 등으로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한 상황이라, 토지 소유주나 주민 동의를 끌어내는 게 관건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을 경우 토지주가 일반 개발사업보다 얼마의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제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안에 지구지정이 되는 사업장에는 민간 재개발보다 최고 30%포인트 높은 수익률이 나온다. 현재 평균 용적률이 142%인데 후보지들이 민간 재개발을 할 경우 용적률이 269%로 올라가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서는 최대 38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규제 완화로 증가한 용적률에 따라 기부채납하는 비율은 15%로 제한했기 때문에 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 수는 1.4배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조합원의 부담이 줄어들어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수익률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주택 수가 늘어나긴 하지만 20∼30%는 일반 분양이 아닌 공공자가주택과 공공임대로 공급해야 한다.

더구나 이번 사업이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 주거지에서 LH 등 공공기관이 부지를 확보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LH 사장 출신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내놓은 ‘변창흠표 주택공급 대책’이지만, 최근 땅 투기 사태로 정부나 공공기관 주도 방식에 대한 반발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변 장관이 사표 제출 이후 시한부 장관으로 입지가 좁아진 가운데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의 근거법인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도 장담할 수 없게 된 만큼 해당 지구의 주민들이 얼마나 사업 동의에 나설지가 미지수다. 이 사업은 토지주 10%의 동의로 지구 지정을 요청하고, 예정지구로 지정된 뒤 1년 이내에 토지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도심에 최고 용적률을 700%까지 준다고 했지만 사업지 주변에선 일조권이나 주차난 등 민원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임대주택을 많이 넣는 것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반발도 있을 것”이라며 “3기 신도시 지역이 토지주들의 반발로 보상이 늦어지고 있는 것처럼 이번 사업도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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